"세계 무대에서 성공하려면 자기 일에 열정을 갖고 열심히 일해야 합니다."
당당하고 큰 체격, 차분하고 단아한 표정에 자신감이 넘쳐 흐른다. 마이크로소프트(MS) 게임스튜디오 부문(MSG)의 셰인 김(Shane Kim·42)대표. MS 내에서 한국계로는 가장 높은 지위에 있는 인물이다. 지난해 게임스튜디오 대표로 승진, 1000명의 직원을 데리고 MS가 차세대 전략 부문으로 집중 육성하는 게임기 X박스용 소프트웨어 개발·배급을 책임지고 있다.
미국 아이오와주(州) 에임스에서 태어난 이민 2세. 그는 스탠퍼드 대학에서 경제학과 국제관계학을 공부했고, 하버드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89년 하버드 대학원 시절에 MS에서 인턴을 한 것이 계기가 되어 90년 정식 입사했다.
"MS는 큰 비전과 열망을 갖고 있었고, 매우 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에 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입사 후에는 제품관리와 소비자 서비스 부문에서 일했다. 학벌은 좋았지만 그에겐 동양인이라는 '약점'이 있었다. 그래서 남들보다 2배 노력을 했다.
하루에 몇 시간씩 일을 하느냐고 묻자 "MS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로는 정규 퇴근시간 이후에도 이메일을 체크하고 업무를 챙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자는 시간 외에는 대부분 일을 하는 것 같다"고 답한다.
대인 관계를 넓히고 남들에게 자신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점을 계속 부각시킨 것도 성공의 한 비결. 입사 이후 회사 내 각종 태스크포스팀에 자원해 난제를 풀어나갔다.
1995년엔 게임사업 부문으로 옮겨, MS의 대표적 게임시리즈인 동물원 시뮬레이션 게임 '주 타이쿤(Zoo Tycoon)'의 제작을 지휘했다. MS가 게임을 차세대 육성사업으로 방침을 정한 가운데 지난해 만든 '헤일로 2' '페이블' 등 대작이 성공을 거두었다.
작년 11월 출시된 '헤일로 2'는 사전에 150만장이 예약되고 출시 첫날 1억2500만달러의 수입을 올리는 신기록을 수립했다. 그의 MS 내 입지는 더욱 탄탄해졌고, 경제잡지 포브스는 그를 주목할 만한 인물로 선정했다.
"세계 게임 산업은 점점 온라인화되어 가는 추세입니다. MS는 온라인 게임에 집중투자하기 때문에 소니를 앞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김 대표는 "MS는 게임 산업에 많이 투자한다"며 "빌 게이츠 회장이 수시로 닦달한다"고 말했다. 승부는 새로운 콘텐츠에 있다고 보고, 게임 개발자들이 자유로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오픈된 분위기를 만들어주려고 애쓴다고 한다.
전무급(general manager)인 그는 MS 입사 후에 만난 아내와 함께 시애틀의 부촌(富村)인 머서 아일랜드에 살고 있다. 한국인 중에는 벤처캐피털리스트인 아이크 리 이그니션 파트너와 친한 사이.
김 대표는 한국의 인터넷 산업과 게임산업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판타그램, 엔씨소프트, 웹젠 등 유선과 무선게임 관련 업체들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방대한 초고속 인터넷망을 적극 활용하면 장래가 밝다"고 말했다.
하지만 충고도 잊지 않았다. "한국 게임업체들이 한 단계 더 도약해 게임한류(韓流)를 이어가려면 한국 문화의 벽을 넘어서 세계적인 내용의 콘텐츠를 개발해야 합니다."
(시애틀=김기훈특파원 khk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