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을 기반으로 하는 ‘(가칭)국민중심당’이 지난 28일 중앙선관위에 창당준비위원회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정치 무대에 뛰어들었다. 다음달 24일쯤 창당발기인대회를 거쳐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정식 창당한다는 일정이다. 우리 정치 역사상 처음으로 중앙이 아닌 지방에서 ‘지방 수령’(도지사)이 중심이 돼 만드는 정당이다. 현재 신당은 “지역을 볼모로 해 정치적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또 하나의 지역당일 뿐”이라는 거센 비판 속에서도 ‘분권(分權)형 정당’이라는 새로운 정치실험의 성공을 다짐하며 창당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임도혁(任度赫) 중부취재팀장이 28일 창당준비위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심대평(沈大平) 충남도지사를 만나 그가 생각하는 ‘새로운 정치’에 대해 들어봤다.
―명예롭게 은퇴하고 쉴 나이에 가시밭길을 선택한 것 아닌가.
"내가 '길은 항상 새롭게 열린다'는 에세이집을 낸 일이 있다. 지난 40년 동안 국무총리실·청와대에서 일하며 국정을 챙겨 봤고, 대전시장·충남지사로 광역단체장만 16년을 했다. 공직자로서 축복받은 인생이었지만, 지금 그냥 물러서기엔 지역과 나라의 상황이 너무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다."
―국민중심당 창당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좌우, 보혁(保革), 세대 이런 대결구도를 깨뜨리지 않으면 선진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우리 사회는 아주 심각한 갈등에 빠져 있다. 경험 없는 사람들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려고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야당도 그때그때 '대증(對症)요법'으로 편 가르기만 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불안하고 지친다. 최근 강정구 교수를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런 정치 풍토를 바꿀 경험 있는 세력이 필요하다. 그런 세력을 모으는 일에 중앙·지방행정의 경험을 갖추고 바닥 민심을 잘 읽을 수 있는 지방정치 책임자가 나설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창당의 이념과 노선은 무엇인가.
"OECD 국가 중 우리만큼 색깔과 이념을 따지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국민중심당은 사회보험이나 생활보호 등 복지문제에서는 과감하게 진보적인 정책을 내놓겠지만,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아주 보수적인 정책을 선택할 것이다. 과거의 이념과 편 가르기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국 혼자 민족자존을 지키고 독자노선을 가는 것처럼 보여선 안 된다. 확실하게 한미 동맹관계를 공고히 하고 평화를 지키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 갈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신당의 이념이랄 수 있는 '국민중심의 실용주의'이다."
―그럼 새 정치란 무엇인가.
"국회고 어디고 싸움판은 있지만 타협과 조정은 말뿐이다. 기득권을 지키려고만 하니 선거 출마자도 중앙당에서 내리꽂는 식이었다. 국민중심당은 공천권, 재정권 등의 권한을 대거 과감하게 시·도 당에 이양할 것이다. 각 시·도 당이 잘하면 중앙당이 힘을 받는 것이다. '분권형 정당구조'이다. 중앙당은 조정과 통합의 역할만 수행하는 유례없는 정치사적 실험이 될 것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연방제 같은 것이다."
―분권형 정치를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국민중심의 정치문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정당 운영 구조부터 근본적으로 바꿔가야 한다. '분권형 정당'은 지역의 첨예한 대결 구도를 정당 내부에서 녹여낼 수 있는 구조다. 당장 지방선거부터 시·도 당이 각각 심사위원회와 경선을 결합시킨 형태로 공천을 하게 될 것이다. 밑에서 위로, 지방에서 중앙으로 흐르는 구조이다. 그러므로 국민 개개인은 '남의 정치에 동원'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다."
―'심대평당', '충청도당' 등 비난도 나온다.
"사실 그동안 충청도민은 지역주의라는 것에 대해 혼자만 고고한 척 해왔다. (다른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권으로부터) 여기서 찔끔 저기서 찔끔 받았을 뿐이다. 그러고 나서 무대접 얘기를 꺼내곤 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도 지역을 자극하는 정치를 하자는 것은 절대 아니다. 지역을 볼모로 한 정치, 지역패권주의를 자극해서 정권을 잡는 데만 몰두한 정치는 기존 정당들이 갖고 있는 고질적인 병폐이다. 국민중심당은 지방이익과 국가이익을 균형 있게 추구하는 새 정치패러다임에 입각한 정당이다."
―창당에 참여한 인물 중 구 정치인들이 너무 많다는 실망의 목소리도 있다.
"국민중심당은 앞으로 정치 신인들을 많이 발굴해내고, 각 분야의 경험 있는 세력이 모여서 그 신인들을 뒷받침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사람의 과거를 보지 말고 앞을 봐달라. 어느 집단이나 리더가 가장 중요하다. 리더의 생각과 추진력으로 조직 전체가 바뀐다."
―전국적 지명도가 있는 인물이, 많은 자금을 갖고 창당한 것도 아닌데 걱정되지 않나.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도 신당에 대한 충청권 지지도가 많이 떨어진 것으로 나왔다.
"아직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지 못하지만, 출발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창당도 하기 전에 근 1년 동안 지속적으로 언론의 조명을 받았던 정당이 이전에 있었나? 지지도 조사에 일희일비하지는 않겠다."
―대전·충남시민사회단체들이 27일 지사직 사퇴를 촉구했는데.
"70% 이상의 도민 지지로 당선된 도지사가 몇몇 집단에서 그만두란다고 그만둬서는 안 된다. 정치와 행정의 조화를 통해 지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전국 광역·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에 모두 후보를 낼 것인가.
"수에 연연하지 않고 당선 가능성을 중심으로 후보를 낼 것이다. 16개 시·도마다 지지세력을 확보하는, 거점 전략을 추진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 현실 정치상황에서 중앙당에 줄을 대지 못해 묻혀 있는 훌륭한 인물들이 지역마다 많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과감히 후보로 내고 당선시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차기 대선에서의 대권후보 계획은 어떤가. 혹시 직접 출마할 의향은 없나.
"반드시 대권 후보를 내겠다. 다만 구체적인 선출방법이나 후보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결정해야 할 문제이다. 좋은 후보를 내도록 노력하겠다."
―'제2의 DJP'(국민중심당과 민주당의 연합) 가능성은 어떤가.
"우리의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에 동의하는 어떤 세력과도 협력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그러나 창당도 하기 전에 연합공천이나 합당 등의 얘기를 자꾸 꺼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창당에 참여한다는 얘기도 있던데.
"창당 참여가 아니고, 창당 행사에 한번 가봐야겠다는 것으로 들었다. 행사 참석은 감사하게 생각할 일이다."
―국민중심당의 이후 일정과 각오를 밝혀 달라.
"11월 5일엔 피플퍼스트아카데미(PFA)가 첫 수강생을 받는다.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우리 미래를 책임질 인재를 양성할 것이다. 국민이 제일이고 국민이 중심되는 새로운 정치 문화를 창조하려면 국민 스스로가 주인이 돼야 한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인 되는 정당을 만드는 것이 우리 정치의 가장 큰 목표다."
(대담=임도혁 중부취재팀장 dh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