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말이 없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배우를 할까 싶다.

그러나 대화를 거듭할수록 몇 마디 안 되는 말 속에서도 연기에 대한 열정과 '끼'가 그대로 묻어난다. 역시 배우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 같다.

영화 '러브토크'(감독 이윤기, 제작 엘제이필름)에서 첫 주연을 맡은 영화배우 박희순.

'러브토크'에서 박희순은 사랑하는 여자(박진희)를 하릴없이 떠나보내고, 혼자 괴로워하다 막연히 그녀가 있는 미국으로 떠나는 남자 지석 역을 맡았다.

지석은 숫기 없는 박희순조차 "어떻게 계속 그런 식으로 연애를 하느냐"고 말할 정도로 답답한 캐릭터. 그만큼 심도 깊은 내면 연기가 필요하다.

멜로배우로 변신한 영화배우 박희순.

"여러가지 사랑의 모습들 중에 차마 표현 못 해 놓쳐버린 사랑의 아쉬움을 표현해내고 싶었어요. 특히 '여자, 정혜'를 연출한 이윤기 감독이라면 섬세한 감정선을 잘 표현해낼 수 있을 거라 믿고 그냥 따랐습니다."

이번 작품은 박희순의 필모그라피에서 하나의 큰 전환점이다. 공교롭게도 박희순은 그동안 양아치, 깡패 등의 역할을 주로 맡으면서 관객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한 몸에 받아야 했다.

"제 생김새나 말투가 그렇게 불량스럽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 이상하게 그런 배역 제의가 많이 들어오더라구요. 연극을 해서 그런지 '기가 세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 때문인가 봅니다."

박희순은 당분간 전작들의 이미지를 벗고 다양한 연기력을 선보일 계획이다.

"아직 해 본 역할이 얼마 안 되기 때문에 다양한 배역을 해 보고 싶습니다. 언젠가 기회만 주어진다면 코믹 연기에도 한 번 도전해 보고 싶구요."

촬영 내내 '뒷모습에서도 감정이 묻어나온다'는 찬사를 들었던 박희순. 올 가을 극장가의 '새로운 발견'이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스포츠조선=김천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