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이 1995년과 1996년, 1197억원의 안기부(현 국가정보원) 예산을 총선 등에 전용했다는 '안풍(安風)' 사건과 관련, 대법원이 이 돈이 김영삼(金泳三·YS) 전 대통령의 돈일 가능성을 인정하며 강삼재(姜三載) 전 의원과 김기섭(金己燮) 전 안기부 운영차장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2부(재판장 배기원·裵淇原)는 28일 "1197억원은 김 전 대통령과 관련된 자금일 것이라는 강 전 의원측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며 1심에서 징역 4년과 징역 5년이 각각 선고됐던 강씨와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을 확정했다.
◆왜 무죄인가
이 사건이 국고(國庫) 횡령사건으로 간주된 것은 1995~96년 신한국당의 지방선거 및 총선거에 사용된 1197억원의 뿌리가 정부의 예산을 집행하는 '국고 수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안기부 위장회사 명의인 2092개 계좌의 거래내역을 분석한 결과 14대 대선 이듬해인 1993년 1293억원의 예금 잔고가 증가한 점에 주목했다. 또 예금 잔고가 1994년 154억원이 늘었다가 지방선거가 있던 1995년과 총선이 있던 1996년에 각각 642억원과 380억원 감소한 점도 지적했다.
이를 근거로 법원은 안기부 계좌에 공식 예산 외에 외부 자금이 유입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강 전 의원이 작년 2월 항소심 공판에서 "940억원을 YS로부터 직접 받았다"고 진술한 것도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YS의 돈인가, 그렇다면 YS는…
일단 1197억원의 주인은 YS일 가능성이 유력하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이 돈이 YS의 ?당선축하금 ?대선잔금 등 두 가지 주장이 공존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강 전 의원이 기소된 직후인 재작년 9월 "안풍자금은 YS의 대선 잔금"이라고 주장했다. 또 취임 이듬해인 1994년에도 안기부 계좌에 154억원이 늘어난 점 때문에 YS가 취임 후 받은 당선축하금이란 주장도 나왔다.
이 때문에 YS에 대한 검찰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YS가 정권 출범 직후 각종 국책사업 이권의 대가나 구체적 사안이 아니더라도 '임기 중 잘 봐달라'는 취지로 받은 당선 축하금이라면 뇌물죄 적용이 가능하다. 대통령 재임기간 중에는 시효가 정지돼 2008년 2월까지는 처벌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돈이 1992년에 모금했거나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부터 건네받은 불법 대선잔금일 경우 공소시효 3년이 지나 처벌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