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스위스에서 러시아인들의 가슴을 울리는 재판이 열렸다.

피고는 비탈리 칼로예프(49·사진). 그는 지난 2002년 스위스 항공관제소의 잘못으로 공중충돌해 폭발한 항공기 사고로 부인과 네 살·열 살 된 자식 둘을 잃었다. 그는 2년 동안 실의에 찬 생활을 하다가 분에 못 이겨 지난해 2월 스위스 취리히로 찾아가 당시 관제 실수를 했던 관제사를 살해했다.

이날 법정은 칼로예프의 심리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단의 팽팽한 대결장이었다. 검찰은 "칼로예프의 살해 수법이 극도로 잔인한 것이었다"며 "용서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그에 대해 12년 징역형을 구형했다. 하지만 변호인단은 "칼로예프가 가족을 잃고 자포자기한 심리적 공황 상태에서 저지른 범죄인 만큼 형을 완화해야 한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날 재판 과정은 러시아인들의 최대 이슈가 됐다. 러시아 주재 스위스대사관 앞에서는 사고 당시 유가족들이 스위스측을 비난하는 항의 시위를 벌였다.

2002년 7월 사고 당시 러시아 여객기는 러시아의 영재학생들과 학부모들을 태우고 스페인 휴양지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관제사의 고도 조정 실수로 스위스 상공에서 독일 화물기와 충돌하면서 학생 40명 등 탑승자 71명 전원이 숨졌다.

(모스크바=정병선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