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11시쯤 대구시 달서구 신당동 계명대 성서캠퍼스 행소(行素)박물관. 정문 로비에는 유럽풍 흰색 기둥 5개가 세워져 있다. 기둥을 지나 입구에 들어서자 띄엄띄엄 설치된 조명들이 어슴프레한 내부를 안내해 주고 있었다. 반짝이는 유리관 속 하프 1점이 시선을 끌었다. 4600여년전 우르(Ur) 푸아비 여왕의 수금(?琴·하프의 일종)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 뒤로 반쯤 열려있는 포장상자, 천으로 덮여 있는 유리관들 틈새로 유물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집트·메소포타미아·그리스·로마·중국·일본·한국 등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넘나드는 인류의 문화유산들이 대구를 찾았다. 26일 개막하는 '대영박물관 대구전'이다. 대영박물관에 소장된 700만점 중 335점이 선보인다. 비록 적은 양이지만 전체 보험평가액만 1500억원에 달할 만큼 소중한 유물들이다.
유물 설치작업이 한창인 1층 전시실. 영국 런던에서 온 전문 큐레이터(학예연구관) 7명과 국내 설치전문가 등이 크고 작은 유물들에 매달려 있었다. 파란색 장갑을 낀 한 여성 큐레이터는 책상에 앉아 조그만한 금색 유물 1점을 들고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원본 사진과 대조해가며 운반과정에서 훼손되지는 않았나 확인 작업 중이었다. 또 다른 큐레이터는 진열대 앞에서 겹겹이 유물을 덮어 싼 천을 벗겨내고 있었다. 큐레이터 제인 포탈(Jane Portal)씨는 "조명·온도 등 각종 환경을 런던 대영박물관과 최대한 똑같이 만들어야 유물이 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시실 곳곳에서는 유물들이 실체를 드러내고 있었다. 여왕의 수금이 있던 방을 지나 다음 전시실로 들어서자 한 가운데 성인여인의 미라가 설치돼 있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묶인 천과 끈, 가슴과 배 쪽을 덮고 있는 날개가 달린 부적, 금박의 덮개 등은 3000년 전 시체라는게 믿기지 않을 만큼 잘 보존돼 있었다. 교과서에 등장하는 '람세스4세'의 석상도 있었다. 기원전 12세기 중반 이집트를 통치했던 파라오가 신에게 바치기 위해 향료 단지 2개를 양손에 들고 있는 모습은 위풍당당하면서도 겸손하다.
2층으로 올라서니 유럽의 미술천재들의 작품이 걸리고 있었다. 전시품 중 가장 비싼(67억원 가량) 알브레히트 뒤러의 '라우바하의 초상',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대머리 남자의 옆 얼굴', 렘브란트의 판화 '돌 위에 기댄 자화상' 등이 눈길을 멈추게 했다. 마지막 전시관인 '아시아관'에는 중국의 청동 술항아리, 일본의 드로잉 '게이샤' 뿐 아니라 우리나라 작품들도 있었다. '채제공의 초상화'와 '이재관이 그린 유학자 초상화' 등이었다.
◆60만명 관람 = 서울과 부산에 이어 국내에서 세 번째 열리는 '대영박물관 대구전'. 그동안 60만명이 관람할 만큼 성황을 이뤘다. 계명대 박물관 관계자는 "국내에서 열린 해외문화재 전시 중 가장 질 높은 전시회"라며 "인류의 꿈과 야망, 이상과 현실, 침략과 지배 등을 두루 느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 전시회는 26일부터 내년 1월31일까지 계명대 성서캠퍼스 행소박물관에서 열린다. 매일 오전 9시에 시작해 오후 6시에 마감하며 매주 월요일(12월31일까지)은 휴관한다. 행소박물관은 달구벌대로 죽전네거리에서 성주방면으로 가다 우측 편에 있는 계명대학교 내에 있으며,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2호선 계명대역에 내리면 된다. 입장료는 성인 1만2000원·중고생 8000원·4세이상 6000원이며, 단체일 경우 성인 1만원, 중고생·4세이상 5000원. (053)580-887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