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재 서울 노원구청장

얼마 전 "정부가 서울 강남 인근에 300만평 규모의 '한국판 베벌리힐스' 조성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이 보도됐다. 이 지역은 이미 지난 9월 대한주택공사가 친(親)환경주택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분당 대장동 일대 30만평과도 가깝다. 이에 앞서 정부는 '8·31 부동산 종합대책' 발표시 서울 송파 거여동 일대에 200만평 규모의 신도시 건설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것이 '더불어 사는 균형 발전사회 건설'을 국정(國政) 목표로 하는 참여정부의 균형 발전정책인지 의구심이 든다. 한쪽에 치우친 개발이 수도권 정책이란 말인가. 서울 강북과 경기 북부 지역은 아예 균형 발전 대상이 아니란 말인가.

정부는 서울 강남 인근과 그 주변 경기 남부 지역에서 강남 분산효과를 찾으려 하고 있다. 이는 분당을 비롯해 용인 수지·판교·수원 동탄 신도시 개발로 나타났다. 구리~판교 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이어지는 아파트 빌딩 숲을 통해 정부의 수도권 분산 개발 정책이 한쪽으로만 쏠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와 달리 서울시 차원에서는 강·남북 격차를 줄이기 위한 뉴타운사업 등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에 대해서도 "재건축의 연장선에서 고층 아파트만 건립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와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얼마나 기여할까"라는 의문을 갖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균형 개발정책이 필요하다. 그동안 소외된 서울 강북 지역과 경기 북부 지역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테면 서울 노원구의 한복판에 위치한 지하철 4호선 창동차량기지 및 면허시험장과 낙후한 태릉 육군사관학교를 지방으로 이전하고, 디즈니랜드 같은 놀이시설을 건립하거나 의정부·남양주·포천 지역으로 지하철을 연장해 경기 동북부 지역을 개발해야 한다. 지하철기지 이전만 해도 노원구에서 오래전부터 건의해 왔고, 포천시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도로라고는 금강산으로 가는 국도 하나뿐인 포천시가 부지를 무상 제공하는 대신 지하철을 연장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있다. 이는 경기 의정부 민락동, 남양주 등 주변에서 증가하고 있는 교통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고 검토돼야만 한다. 경기 동북부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도 말이다. 그러나 정부는 검토조차 안 하고 있다.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다. 당장 눈앞의 현실만 생각하다 보니 장기적으로 통일 등에 대비하고 국가를 균형 있게 발전시켜야 하는 과제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다.

또 건립된 지 반세기가 넘은 태릉의 육사를 지방으로 이전할 시점이 됐다. 육사를 국제 감각에 맞는 선진 사관학교로 발전시키기에는 지금의 낙후된 시설은 아주 미흡하다. 육사를 지방으로 이전, 첨단의 초현대식 시설을 건립해 21세기에 걸맞은 교육 환경을 조성해주고, 현 육사가 위치하고 있는 도심의 드넓은 푸른 초원은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500만명이 넘는 서울 강북 및 경기 북부 지역 주민들은 아무도 정부의 균형 개발정책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기재 서울 노원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