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亞太아태위원회)는 20일 비리 혐의로 물러난 김윤규 현대아산 전 부회장 문제와 관련해 "현대와의 모든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재조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기구로 對南대남 경협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아태위원회는 현대가 김 부회장을 내몬 것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배은망덕"이라고 하면서 "2000년 8월 현대가 우리와 체결한 7대 협력사업 합의서도 필요에 따라 수정 보충할 수 있으며 더욱이 이제 합의 주체도 다 없어진 조건에서 우리가 구태여 그에 구속돼 있을 이유마저 없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태위는 "현대 상층부가 곁에 와 붙어 기생하려는 야심가들을 버리고 옳은 길에 들어선다면 우리는 그들에게 금강산 관광의 길을 열어주는 아량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성명에 담긴 북한당국의 의도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실제로 현대와의 관계를 끊기보다는 현대를 길들이면서 더 많은 이득을 챙겨보려는 계산이 작용하고 있는 느낌도 받는다. 그러나 북한의 의도가 어디에 있든 그동안 10억달러를 쏟아붓고도 엄청난 赤字적자 속에 국민 세금까지 끌어대며 대북 지원 성격의 경협사업을 벌여온 남한 기업을 이런 식으로 윽박지르고 모든 협약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북한의 태도는 용납할 수가 없다. 남북 경협사업이 과연 남북 간 화해에 기여하면서 북한으로 하여금 시장경제의 원리를 배우게 하는 효과가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북한 당국이 무엇을 믿고 이렇게 오만방자하게 나오는지를 정부부터 되돌아보아야 한다. 정부는 북한이 '김윤규 문제'를 시비걸면서 현대의 인사권까지 흔들려고 하는데도 북한에 따끔한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우리 기업들에 북한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고 對北대북 투자를 재촉하는 데는 열심인 정부지만 그 기업이 북한당국으로부터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위협을 받고 있는데도 보호 역할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북한 편을 드는 듯한 태도를 보여 왔다. 이번 기회에 북한이 자신들의 이해에 따라 제멋대로 남한 기업을 다루고 버리는 태도는 반드시 바로잡아 놓아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어느 기업도 북한을 상대하다가 제 2, 3의 현대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