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울산경의고등학교 체육관. 수백명이 모인 체육관 안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가끔씩 "딱, 딱" 하는 소리가 들리고, 축하 박수가 터지는 것이 전부. 제자리에 가만히 앉아 승부를 겨루는 유일한 전국체전 종목인 '바둑 경기' 모습이다.
어린이부(64명), 학생부(32명), 여성부(64명), 일반부(64명)로 나뉘어 총 224명이 출전, 어린이부 김누리(동오초5), 학생부 윤호선(명지고2) 등 부별 금메달의 주인을 가렸다. 초등학교 3학년인 9살 어린이부터 56세의 아마 7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아마추어 바둑 동호인들이 참가한 축제 한마당이었다.
단체전은 경기도가 3년 연속 우승에 도전한 서울 팀을 근소한 차이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일반부에선 대전 대표 김동근 7단이 대구 신영철 7단을 물리치고 패권을 차지했다.
바둑이 체전에 합류한 것은 2003년. 엘리트스포츠뿐만 아니라, 저변이 넓은 동호인스포츠를 체전에 흡수한다는 차원에서 산악(등산)과 함께 처음 전시 종목이 됐다. 메달은 수여하지만 종합점수에 가산하지 않는 '전시 종목'이라는 말도 바둑 때문에 처음 생겼다.
한국바둑이 본격적으로 '스포츠화'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2001년. 100만인 서명운동까지 벌였고, 이듬해 대한체육회의 인정단체가 됐다. 작년 준가맹단체 신청을 했다가 실패했지만 올해 다시 도전할 예정이다.
바둑이 스포츠냐 아니냐를 놓고 일부 논란이 있지만, '1000만 동호인'을 강조하는 바둑계는 '바둑의 스포츠화'에 목숨 거는 분위기다. 바둑이 체육으로 전환되면 ?초·중·고 특기자들의 진학문제 해결 ?병역 면제 혜택 ?정부의 제도적 지원 같은 실리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기원 스포츠기획팀 차재호 과장은 "바둑은 엄연히 두뇌 스포츠"라며 "1999년 IOC(국제올림픽위원회)로부터 스포츠로 인정받은 체스가 내년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에 시범종목으로 채택된 것처럼 바둑도 국제무대에 설 날이 멀지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