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법과대학 4층에 있는 사법시험 고시반인 '청운재'. 12일 오후 4시 5개방에 방마다 학생 10여명씩이 책에 얼굴을 파묻고 있다. 청운재 전체 좌석은 154석. 이중 사시공부를 시작하는 1·2학년용 좌석 10석은 매년 4∼5:1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올해는 딱 10명이 지원했을 뿐이다. 고시반 조교 박기헌(26)씨는 "로스쿨 제도 도입을 앞두고 사시를 새로 시작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기존에 사시를 준비하던 사람들도 최근 학구열이 눈에 띄게 식었다"고 말했다.
사법고시 준비생들의 열기가 시들해지고 있는 가운데 지역 대학들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을 유치하기 위해 교수를 충원하고, 전용건물을 짓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달 중으로 로스쿨 설치법(안)이 정기국회에 상정되는데다 최근 정부가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배치 입장을 밝혀 대구·경북에 배치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 로스쿨은 사법시험을 대체할 새로운 법조인 양성제도로, 2008년부터 각 대학에 설치돼 운영될 예정이다.
대구·경북에서 유치준비에 들어간 대학은 경북대와 영남대. 정부에서 1도(道)1교(校) 원칙을 밝혔기 때문에 양 대학은 대구와 경북을 나눠 2곳 모두가 선정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하나의 권역으로 묶일 경우, 치열한 유치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방대 중 사법고시 합격생 최다 배출'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경북대. 무려 20명의 교수를 추가로 뽑겠다고 16일 밝혔다. 다양한 전공의 법조경력자를 대상으로 이론 9명, 실무 5명 등 14명을 공채하고, 별도로 변호사나 연구업적이 뛰어난 교수 등 우수 인재 6명을 초빙할 계획이다. 모두 60억원을 투입해 로스쿨 전용건물과 전용도서관도 짓는다.
경북대 조홍석(曺洪錫) 법과대학장은 "경북대 로스쿨은 IT·의료·조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필요한 모든 인재가 집중된 특성화 된 로스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남대는 '55년 역사를 가지고 법학분야로 설립된 대학'이라며 맞서고 있다. 현재 20명인 법대 전임교원을 올해 안으로 최소 7∼8명 늘이고, 다음달 30일 퇴임하는 배기원 대법관 등 명망 있는 석좌교수들을 초빙할 계획.
'로스쿨 발전재단'도 만들었다. 2008년까지 모두 30억원의 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며, 현재 법대교수들을 중심으로 이미 1억원의 기금을 마련해 놓았다.
영남대 박인수(朴仁洙) 법대학장은 "대학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로스쿨은 지방에 고루 배치돼야 하며,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전통과 교육환경이 좋은 영남대로 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