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굴러가던 차가 갑자기 멈추면 몸이 앞으로 쏠린다. 관성(慣性)이다. 당신의 몸에는 오늘 전철 안에서의 흔들림, 어제 그이와의 짧은 키스, 그저께 읽은 시 한 줄이 다 포개져 있다. 아버지에겐 어머니의 흔적이, 어머니에겐 아버지의 흔적이 남아 있다.

성장한 체세포의 핵을 이용한 복제 기술은 여러 가지 결함을 나타낸다. 일부 유전자가 '곤히 잠든 상태'라서 제구실을 못 하는 게 이유로 꼽힌다. 배아의 성장에 필요한 유전자들을 깨워 발현시켜야 한다. 이를 '리프로그래밍'(reprogramming)이라 부른다.

신경학자인 이 책의 저자는 관성을 버리려고 애쓴다. 그리고 질병만 보는 게 아니라 철저한 리프로그래밍을 통해 환자의 삶에 접근한다. 책의 주인공은 그가 만난 7명의 기묘한 환자들. 결함이나 질병이 역설적인 효과를 내기도 한다. 정상인이 지니지 않은 어떤 잠재력을 발견하게 해주기 때문. 놀라운 복원력과 적응력으로 180도 달라진 환경을 견디고 살아남은 사람들, 그들은 '질병의 미학'을 보여준다.

저자가 만난 7명의 '기묘한 환자'들. 저자는 그들에 대해 "정상인이 지니지 않은 잼자력, 놀라운 복원력과 적응력을 지닌 질병의 미학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신경학자들의 보고에 따르면 반 고흐, 도스토예프스키, 키에르 케고르, 파가니니는 발작성 성격 증후군(일명 도스토예프스키 증후군)에 시달렸다. 모차르트에겐 투렛증후군, 비트겐슈타인에겐 자폐증이 있었다. 또 대부분의 자폐증 환자들이 아인슈타인을 '동족'으로 바라볼 정도로, 천재와 질병은 수상한 관계다.

7명 중 한 명인 그레그는 기억상실증에 걸려 있다. 나이 50이 넘었지만 1960년대만을 기억하는 히피 청년이다. 그러나 그의 무의식만큼은 어떤 사건에 얽힌 사람에 대한 호불호의 감정을 표현한다. 오른팔이 다쳤을 때 왼팔이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신경계가 길을 내는 방식의 차이다. 저자는 질병이 아니라 그 병의 이면과 환자의 총체적 삶을 들여다본다.

어릴 적 심각한 자폐증 판정을 받았던 템플 그래딘은 동물학자 겸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그의 시각 지각능력은 천재적이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영화나 TV드라마를 보면서 등장인물들의 감정과 사고방식을 이해하지 못할 땐 "화성의 인류학자가 된 기분"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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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부족은 무서운 힘을 지닌 사람을 중화시키거나 유리하게 변모시키는 방법은 그를 자기 육체 안으로 빨아들이는 것밖에 없다고 믿는다. 프랑스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는 ‘슬픈 열대’에서 식인풍습은 야만적인 게 아니라 그 사회의 존중해야 할 생활방식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이 책도 7개의 이례적 임상기록을 통해 질병과 인생 사이의 놀라운 끈을 보여준다. 번역이 거친 게 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