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은 13일 국회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열린우리당과 북한 조선노동당 간 정당 교류 등을 제안했다. 문 의장 연설 모습이 본회의장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중계되고 있다. 전기병기자gibong@chosun.com

열린우리당 문희상(文喜相) 의장은 13일 북한 조선노동당과 열린우리당 간 교류·협력을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문 의장은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남북 집권당이 교류함으로써 민족 내부의 신뢰를 높이고 평화와 번영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집권 여당은 물론 국내 정당이 조선노동당과 교류·협력하겠다고 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국민의 거부감

역대 정부에선 남북 정당 간 교류가 북한의 통일전선전술에 말려든다는 판단이 있었다. 북한은 통일전선전술의 일환으로 남북 제(諸)정당·사회단체 연석회의를 주장해왔다. 광복 직후부터 그랬다. 정부가 줄곧 노동당과 남한 내 사회단체·정당 간 접촉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온 것도 창구가 일원화돼야만 북한의 전략·전술에 휘말리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남북 국회회담은 열리거나 추진되기도 했지만, 특정 정당이 노동당과 교류하는 일은 한번도 추진되지 않았다. 북한 노동당은 남북회담의 주체도 아니다. 일당독재체제인 북한 노동당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 역시 극복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왜?

여당은 그동안 남북교류 확대에 따라 노동당과의 교류에 대한 국민 생각이 바뀌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노동당과의 교류를 통해 북핵과 남북정상회담 등 현안 해결에 역할을 하겠다는 생각이다. 문 의장은 이날 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촉구하면서 "집권당 대표로서 북한을 방문, 주도적으로 이끌겠다"고 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각각 중국 공산당과 교류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나 집권여당과 북한 노동당 간 교류에 국민의 공감대가 있느냐는 것엔 여당 내부에서도 이론이 많다. 이날 한나라당은 "중국 공산당과 북한 노동당을 어떻게 같이 볼 수 있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어떻게 추진되나

외국 정당과 달리 조선노동당과의 교류를 위해서는 정부 승인이 필요하다. 양측 합의로 별도의 협력사업을 추진할 때도 마찬가지다.

조선노동당이 교류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확실치 않다. 최근 들어 노동당은 남측과의 교류에 적극적이지 않다. 남한의 민주노동당이 6·15 민족통일축전 행사에서 교류협력 추진에 합의한 정당도 노동당이 아니라 위성정당인 조선사회민주당이었다.

여당측은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장,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등 고위층을 직접 만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통일부 관계자는 "국가체제나 이념, 군사·국방, 통일방안 등에 대해 우리 정당은 조선노동당과 어떤 합의를 할 권한도 없다"고 했다.

◆실제 할 수 있는 건 적다

교류가 성사돼도 실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많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연구위원은 "교류 활성화라는 상징적 의미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아직 '적화통일' 당 규약을 바꾸지 않고 있는 조선노동당과 규약 변경없이 교류협력을 추진한다는 건 성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