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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실한 것들에게 배신 당해본 사람은 안다. 이제 기댈 것은 환멸과 무기력 뿐이다. 글을 쓰게 하는 힘은 증오보다 환멸이다.

이 책엔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렸다. 첫 작품 '나비'.

2004년8월 여자 죄수가 철망 안에 있는 나비를 잡아 먹는다. 보초를 서고 있는 초병은 나비들이 여자 죄수의 성기를 통해 들어가 어느 날 교도소에 있는 여자 죄수들이 노란 날개를 달고 담을 넘어가지 않을까 상상한다. 여자 죄수는 짝사랑하던 교수를 죽이고 피 묻은 칼을 들고 경찰서를 찾아왔다 잡혔다. 섬에 살던 초병은 휴가 중 나비를 먹고 자살한다.

소설은 꿈속이다. 꿈속에서조차 부끄럽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깨어나거나, 환각과 사실의 경계에 머무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환각 또한 사실이다", 하고 루이 알튀세르가 말했다, 고 이 소설책에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복도훈이 인용했다. 수학의 집합기호를 쓴다면, 사실={사실, 환각}, 이라고 표현된다.

책의 제목인 작품 '때론 아내의 방에 나와 닮은 도둑이 든다'.

주인공 나는 중학교 국어교사다. 아내는 다른 사내를 불러 외도를 한다. 나는 아내와 살던 적벽돌집을 나온다. 맞은 편 빌라에 전세를 들어가 내 집을 감시한다. 나는 어느 날 적벽돌집에 들어가 사내와 아내를 칼로 찔러 죽인다. 적벽돌집이 헐리고 모텔이 들어선다. 꿈보다 그로테스크하지만 어쩔 수 없다. 작가의 몸에 그로테스크가 박혀 있다가 뽑혀 나온 것이니 어쩌겠는가, 하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

무기력과 꿈속에 초대 받아 작가 안성호와 함께 부유(아, 서핑이라는 말보다 이 말이 얼마나 좋은지)하다 보면 저절로 화증이 가라앉는다. 일종의 정신적 백수상태, 그러니까 실직자 상태에서 벗어나거나 경계에 머무르게 된다. 그때 파틋파틋 몸을 뒤채는 촛불처럼 의식이 스르르 꺼져간다(131쪽). 마약보다 소설의 중독이 더 강력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이 실증한다.

안성호 소설가

다섯 번째 실린 작품 '하늘에 떠 있는 저 사내를 보라',를 보라.

하늘에 떠 있는 사내를 본 등장인물들은 제 나름으로 상상한다. 불륜 관계인 윤정과 두식, 또 다른 불륜 관계인 2301호 남자와 두식의 아내, 동네 노인 최씨와 박씨, 위선적인 교회 목사 등은 제 생각만 한다. 현실은 기적이 재림하기를 원치 않는다. 공중에 떠 있는 기적 때문에 윤정과 두식의 불륜이 가능할 뿐이다. 다른 말로, 현실이 유지될 뿐이다.

거두절미, 무식하게 읽어야 더 재미 있는 소설책이다. 소설을 읽다가 벽에 던지거나 중독되거나 둘 중 하나가 가능하다고 믿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해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