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의 3배 규모라는 상하이 신항만 '洋山深水港양산심수항'이 드디어 다음달부터 가동에 들어간다. 상하이 루차오항에서 길이 31㎞의 해상 대교로 육지와 섬을 연결해 바다 한가운데에 들어서는 이 양산심수항 건설은 최소 5년은 걸리는 大役事대역사로 예상됐으나 불과 3년5개월 만에 완공된 것이다. 이로써 상하이항은 낮은 수심 때문에 대형 선박이 접근하지 못했던 약점을 극복, 2020년까지 52개 선석을 갖춘 세계 최대 물류기지로 떠오를 전망이다.

양산항 가동은 시작일 뿐이다. 중국은 올 들어 '海洋日해양일'(7월 11일)을 지정해 국민의 해양 의식을 고취하고 明명나라 때 항해가 鄭和정화를 '중국 문명을 전 세계에 전파한 해양 영웅'으로 기리는 각종 사업을 펼치는 등 '해양대국 중국'을 향한 국가 전략을 본격적으로 밀고 나가고 있다.

누가 봐도 이런 움직임들은 우리가 추구하는 동북아 허브(중심)전략을 먼저 제압하려는 중국의 의지임이 분명하다. "양산항이 본격 가동되면 부산항은 동북아의 브랜치(지점) 항구로 전락할 것"이라는 지적은 괜한 걱정이 아니다.

이 정부는 출범 초부터 요란하게 '동북아 경제 중심 전략'을 외쳐대면서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그후 한 일이라곤 부산 등을 외자 유치를 위한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고, 외환보유고를 해외 금융자산에 투자할 한국투자공사(KIC)를 설립한 것 정도다. 그러나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는 작년 8월부터 외교·남북관계 등의 업무까지 맡아 '동북아시대위원회'로 이름까지 바꾸면서 '물류·금융 허브'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2020년까지 총 54조원을 들여 인천, 부산, 광양에 경제자유구역을 건설한다는 구상도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간 관할권 다툼 속에 가장 기본적인 주거·교육·의료시설 등에 대한 법적, 제도적 뒷받침조차 안 돼 몇 년째 겉돌고 있다. 금융 허브의 선결 조건인 영어 공용화 등 언어문제는 아예 공론화조차 안 되고 있다.

동북아경제 중심 전략은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경쟁국들이 고속도로 위를 질주하는 사이 이 정부는 말로만 떠든 것 외에 지난 2년반 동안 도대체 한 게 뭐 있는가. 아무리 '말'로 권력을 얻은 이 정권이지만 '말'로 나라를 경영할 순 없다는 사실을 이제라도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