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섹슈얼(metrosexual)은 잊어라. 이제 위버섹슈얼이 온다. '꽃미남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과, 영화배우 주드 로, 올랜도 블룸 등 전형적인 메트로 섹슈얼 스타들이 전 세계 여성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시대는 지났다. 지금 영국을 비롯한 유럽 각국에선 '위버섹슈얼' 열풍이 뜨겁다. '위버'는 '더 높은, 더 나은'을 의미하는 독일어. 위버섹슈얼은 남성성이 강조된 섹시함을 뜻한다. 영국의 가디언과 데일리 메일 등 신문은 전면을 할애해 위버섹슈얼 특집을 내는 등 '부드러운 사나이'들의 복귀를 반기고 있다. '위버섹슈얼'은 미국의 사회트렌드분석가인 매리언 샐즈먼이 저술한 '남자들의 미래(The Future of Men)'라는 책에 자세히 소개되면서 트렌드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샐즈먼이 수만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전까지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조각같은 꽃미남들이 인기를 끌었다면 최근 여성들은 약간은 거친 듯한, 넓은 가슴으로 자신을 보듬어 줄 것 같은 듬직한 남자들을 그리워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버섹슈얼이 표상하는 바는 권위적인 '마초'와는 다르다. 강인하고 자신감이 흐르지만 스타일리시한, 긍정적인 남성성과 신사적인 매너가 결합된 남성상이다. 1960년대 영화계를 지배했던 캐리 그랜트 이미지가 다시 뜨는 셈. 위버섹슈얼 스타로는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수많은 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조지 클루니와 영화 '글래디에이터' 이후 강한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는 러셀 크로, 크리켓 스타 앤드류 플린토프 등을 들 수 있다.메트로섹슈얼이 수그러든 이유로는 '대표 스타'들이 더 이상 큰 매력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실망을 안겨줬다는 데 있다. 특히 많은 팬들은 그들이 행한 '부적절한 관계'와 그 뒤에 계속되는 변명에 질려 버렸다고 말한다.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은 스페인에서 자신의 여비서와 음란 문자를 주고받는 등 혼외관계를 했다는 추문으로 타블로이드지를 뜨겁게 장식했고, 주드 로 역시 영화배우인 약혼녀 시에나 밀러의 품을 떠나 자기 아이들 유모에게 한 눈을 팔아(결국 부인에게 들켜 매달리며 쩔쩔 맬 거면서!)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너무 자기중심적"이고 "정서적으로 미성숙하다"는 비난 앞에 그들의 화려한 외모는 빛이 바래고 말았다.
이같은 메트로섹슈얼의 쇠락과 맞물려 세계는 위버섹슈얼에 주목하고 있다. 일부러 스타일을 꾸미지 않아도 스타일이 살아 있는, 나르시즘에 빠져 있는 게 아니라 자신감으로 가득 찬, 감각적이고 섬세하지만 너무 조잡하지도 않은, 침실에서는 카사노바처럼 화려하고, 오스카 와일드의 재치를 지닌 사람. '메트로섹슈얼'을 포장했던 설탕물은 빼고 영양가만 남은 그들, 위버섹슈얼의 시대가 지금 열리고 있다.
(맨체스터[영국]=최보윤 특파원 spic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