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뭔가에 열중할 때처럼 섹시할 때가 없다. 대상이 '딴 여자'만 아니라면야 그 열정에서 살짝 집착이 내비칠 때조차도 귀엽기 마련. 그러나 만일 집착의 대상이 스포츠라면 긴장할 필요가 있다. 종종 스포츠광들이 바람둥이보다 더 애인을 섭섭하게 만드니까.

'날 미치게 하는 남자(The Perfect Catch)'의 린지(드류 배리모어)는 그걸 몰랐다. 똑똑한 비즈니스 컨설턴트인 그녀는 오랜 싱글생활 끝에 자상하고 재치있는 고교교사 벤(지미 펄론)을 만나 완벽한 짝을 찾았다고 믿는다. 그러나 벤에게는 23년간 한결같이 품어 온 '첫사랑'이 있었으니, 바로 야구팀 '보스턴 레드삭스'. 야구시즌이 다가오자 벤은 광팬의 본색을 드러내고, 린지는 뒷전으로 밀려난다.

'덤 앤 더머' '매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에서 특유의 화장실 유머를 '브랜드화'한 패럴리 형제는 이 영화를 연출하며 의외로 반듯하다 못해 빤한 로맨틱 코미디의 정도를 걷는다. 린지가 역경을 헤치고 해피엔딩을 향해 달려가는(진짜로 달려간다) 결말은 진부해서 헛기침이 날 정도. 그럼에도 경기 티켓을 신주단지 모시듯 하고, 팀의 역사를 줄줄이 외우는 팬들의 디테일한 에피소드는 웃음의 공감대를 콕콕 찌른다.

관객 흥이 최고조에 도달하는 것은 경쾌한 응원가와 함께 실제 월드시리즈 현장에서 촬영한 마지막 장면이 흐를 때다. 시나리오까지 뒤바꿔놓은 지난 해 레드삭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사실을 떠올린다면, 극장을 나설 때쯤 야구장으로 달려가고 싶어질 것이다. 7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