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상주시 시민운동장에서 3일 오후 수천명의 시민이 MBC-TV 가요콘서트 프로그램을 방청하기 위해 서로 앞다퉈 입장하려다 11명이 깔려 숨지고 83명이 다치는 慘事참사가 일어났다. 좌석이 지정돼 있지 않은 탓에 좋은 자리를 잡으려고 먼저 운동장에 들어가려던 사람들이 출입문이 열리자 한꺼번에 몰려들어 밀고 넘어지면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벌어졌다. 1960년 서울역에서 설 귀성객들이 계단에서 밀려 30여명이 사망한 사고와 1965년 광주 전국체전 개막식 때 입장객들이 좁은 문으로 한꺼번에 몰려 12명이 사망한 이후 대형 압사 사고는 40년 만에 처음이다.

MBC는 "장내외 정리를 제대로 못한 게 사고 원인"이라면서 "우리는 상주의 모 이벤트업체와 계약해 콘서트 프로그램만 책임졌으며 장내외 안전은 상주시의 한 경비업체가 맡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주시민들이 지방의 이름없는 이벤트업체나 경비업체를 믿고 운동장으로 몰려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거대 공영방송인 MBC가 내로라하는 가수들을 동원한 행사였기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고 봐야 한다. 한꺼번에 유명 가수들이 지방도시에 오면 그들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목말라하던 지역 사람들이 대거 몰려들거라는 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인데도 안전대책을 '경비업체의 일'로만 미뤄 버린 것이다. 행사 진행을 책임졌던 상주시와 경찰이 안전 대책을 세우지 못한 책임도 크다.

가요계 관계자들은 "언젠가는 이런 대형사고가 일어날 것 같았다"면서 "낡은 자재로 허술하게 만드는 대형 무대 세트에 설 때마다 가슴을 졸였다"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들이 청중 동원 경쟁을 벌이느라 야외녹화 프로그램에서 안전은 뒷전으로 제쳐둔 지 오래라는 지적들이다.

국민의 공유 재산인 電波전파를 사용하는 방송사들은 공익성과 공공성을 우선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방송사들은 '公공'의 개념을 잃어버린 채 영업이익이라는 '私사'에만 몰두해 온갖 무리한 방법을 예사로 동원하고 있다. MBC는 최근 출연자들의 '바지 내리기' 소동 등 크고 작은 사건·사고로 시청자들의 질책을 받기도 했다. 첨단시대를 대비한다고 기술을 얻는 데는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면서도 경영의 질과 내용 면에서는 60년대의 후진적인 모습과 관료화된 내부 체질을 벗어나지 못한 방송사들의 태도가 이런 사건을 불러온 근본 원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