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남기기도 전에 사라지는 사랑만이 아름답게 포장될 수 있다. 이 책은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중편소설 3편을 묶었다.
남자를 만난다. 그리고 바로 그 날 낭만적인 섹스를 한다. 옥신각신한다. 질투한다. 애정을 품는다. 시간이 흐른다. 점차 애정이 식는다. 헤어짐을 예감한다. 다른 남자를 만난다. 그 남자를 사랑한다. 그리고 옛 남자와 헤어진다. 헤어지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버린다. 또는 버림을 받는 척한다. 그런 평범한 생활!
작가가 그려내는 여주인공은 아름답기에 당당한 것이 아니라 당당하기에 아름답다. 소녀 취향의 낭만적인 거짓 눈물 따위는 질색이다. 남자에게 아양을 떨지 않고도 낭만을 즐길 수 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첫 발정기가 시작됐다고 하면 어떤가.
아. 인정하자. 그녀는 벗기 위해서, 또는 벗겨지기 위해서 옷을 입는다. 속옷조차도. 내숭 떠는 미학은 가라. 그들은 춤 잘 추고 매력 있는 여자를 'BAD'라고 부른다. 나쁘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남자의 혼을 쏙 빼놓는 얄미운 여자라는 뜻이다. 디제이 박스에서는 늘 'BAD MAMA JAMA'란 곡이 흐른다.
주인공은 동거하던 남자와 침실에서 섹스를 하다가 문득 "몇 분이면 끝나려나. 욕조에 물 빼는 거 깜빡해서 그런가."하고 생각한다. 바로 헤어짐을 예감하게 되는 순간이다. 그 무렵 예닐곱 살 연하의 또 다른 남자가 다가온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배우가 되어버린다. 무의식적으로 남자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배우.
공간적 배경은 요코스카, 혹은 요코다 같은 일본의 기지촌이다. 그곳의 젊은 GI들은 차를 타고 가다가도 몸에 딱 달라붙는 드레스를 입은 동양 여자를 보면 시선을 끌도록 눈길을 보낸다. 그게 예의다. 저속하고 천박하면서도 멋스러운 매력이 넘친다.
주인공은 고민하게 된다. 사랑하는 새 남자가 생겼는데 헤어질 수 없는 옛 남자가 자기 옆에 있다는 것 때문이다. 옛 남자의 몸은 이제 포근한 담요가 아니라 무겁고 갑갑한 짐이다. 이때 여자의 육체는 연기(演技)를 할 수 있다. 지나치게 익숙한 남자의 몸은 여자를 창부로 만드는 것이다.
망설이던 주인공은 친구의 충고대로 새 남자와 침대에 들어간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짓누르는 입술을 느낀다. 순수한 욕망이 그녀의 몸에 젖은 선을 그린다. 그러나….
'연애소설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저자(山田詠美·46·사진)가 고상함을 벗어 던진 문체로 어떻게 문학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노리는지 궁금하신 분께 이 소설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