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低)성장·고(高)정부지출'로 세수(稅收) 부족이 만성화될 조짐을 보이자 여당과 정부 일각에서 법인세·부가가치세 등의 세율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박병원(朴炳元) 재정경제부 차관은 29일 정례브리핑에서 "올해 초 내린 법인세(인하율 2%포인트)를 1년 만에 다시 올리는 것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하지만, 절대로 아니라고 예단하기는 어렵다"며 법인세 인상 가능성을 인정했다.
그는 "(세수확충을 위해) 감·면세 부분을 축소하고 세출을 줄이는 등의 모든 노력을 한 뒤 법인세·부가세 인상 등의 추가적 세원(稅源) 조달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아직 법인세 인상 등의 방안을 검토하는 단계까지 가진 않았지만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중·장기 세제개편안을 작성 중이며, 올 연말에 나올 이 개편안에서 '세금 인상론'이 본격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움직임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이나 정부 조직과 씀씀이는 비대하게 부풀려가면서 세금을 더 걷겠다는 데 대해 '행정 편의주의'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캐나다·독일·싱가포르를 비롯한 세계 각국이 기업유치를 위해 '감세(減稅) 경쟁'을 펼치는 속에서 우리만 증세(增稅)로 나갈 경우 성장 활력을 더욱 냉각시킬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박 차관은 "세수 부족의 1차적 원인은 성장부진으로,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성장을 정상적인 궤도로 복원시키는 것"이라며 "세금을 더 거둬 부진한 경제성장을 만회하는 것은 그 다음에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이상민 열린우리당 정책조정 부위원장은 28일 "국방·복지·교육 등의 분야에서 늘어만 가는 재정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세수 확충방안이 필요하다"면서 "법인세율과 소득세율을 올리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여당 내에선 "올해 초 법인세율을 2%포인트 내린 후 법안 잉크도 마르기 전에 다시 세율인상을 거론하는 것은 일관성이 없다"는 반론도 거세, 실행가능성은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