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김정자(71) 할머니는 한끼 한끼 때우는 게 전쟁 같았다. 갑작스런 남편의 실직. 돈이 없었다. 어쩌다 쌀을 사도 10일을 버티기가 힘들었다. '어떻게 하면 하루라도 더 밥을 먹을 수 있을까.' 꾀를 냈다. 밥을 지을 때마다 정량에서 쌀을 한 숟갈씩 덜어내 보관했다. 그랬더니 10일 먹을 양으로 11일을 버틸 수 있었다. 가족들도 양이 줄어든 걸 느끼지 못했다.
1974년 남편이 직장을 구한 뒤 '한 숟갈 덜기' 노하우를 전수하고 싶었다. 인근 주부들에게 '한 숟갈'의 힘을 설명하고 불우이웃을 돕자고 했다. '한 숟갈' 회원은 처음 10명에서 2년 만에 200여명으로 늘어났다. 할머니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한 숟갈씩 모은 쌀이 일주일이면 한 가마가 됐다"며 "쌀 없는 사람들이 언제든 들어와 퍼가도록 했다"고 말했다.
1976년 할머니는 주위의 권유로 서울 용산 적십자 부녀봉사회에 가입해 본격적인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그렇게 흘러간 세월이 30여년. 할머니는 28일 대한적십자사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전국 적십자봉사원 대축제'에서 최영예인 '적십자 봉사원 대장상'을 받았다.
"저 좋아서 한 건데요 뭘. 보세요~. 그래서 70살에도 이렇게 안 아프고 뛰어다니잖아요." 할머니는 진짜로 그 자리에서 깡충깡충 뛰어 보였다. 겸손하게 대답했지만 할머니의 봉사는 결코 '평범'하지 않다.
1993년부터 결연을 한 시각장애인 윤모(78) 할머니가 갈 곳이 없어지자 자기 집으로 데려와 7년여 동안 함께 살았다. 이 할머니가 칠순을 맞았을 때 '선물'로 남편과 함께 3명이 제주도 여행까지 갔다 왔다. 지난해 자신이 칠순을 맞았을 때는 가족들에게 아무것도 못하도록 했다.
나이를 먹을수록 할머니의 봉사는 깊어져 갔다. 지난해에는 용산구에 있는 일흔이 넘은 노인 봉사자 10여명을 모아 '하늘봉사회'를 조직했다. 봉사 경력 20년 이상의 '베테랑'들이다. 1인당 평균 봉사시간만 1만 시간을 넘는다.
하늘봉사회 회원들은 1주일에 40여명의 독거노인들을 일일이 찾아 다니며 밑반찬을 돌린다. 동네 병원들에서는 거즈 접기 등을 하며 돕고 있다.
김 할머니는 "이렇게 큰 상을 받았는데 여기서 멈추면 안 되겠죠.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봉사를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