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김대중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에서 監聽감청장비를 다룬 직원의 집을 압수수색해 2002년 3월 정권 핵심인사와 모 방송사 사장이 특정 대선주자 지원 여부 문제를 논의하는 내용이 담긴 불법盜聽도청 테이프 1개를 찾아냈다. 대통령선거를 9개월여 앞둔 민감한 시기에 국가 정보기관이 정치권과 언론계 핵심 인사의 대화를 몰래 엿들은 것이다. 또 국정원 직원들은 검찰에 나가 2002년 11월에 한나라당 김영일 의원이 "국정원이 국회의원·기자·기업인 등을 무차별 도청했다"며 내놓았던 20여건의 도청 관련 문건이 자신들이 만든 것이라고 진술했다. 김대중 정부 국정원장들의 潔白결백 주장과 '불법도청을 근절시킨 김대중 정부의 업적' 운운하며 그 쪽의 눈치를 살피던 現현 정권 사람들의 말이 모두 헛말임이 드러난 것이다.
검찰은 김영일 의원 건 이외에도 같은 해 9·10월에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국정원이 2002년 5월과 9월에 도청한 것"이라며 공개한 청와대비서실장과 한화 회장 등의 통화 내용 문건이 사실인지도 밝혀야 한다. 정 의원 주장이 맞다면 "2002년 3월부터 도청을 중단했다"는 국정원의 지난 8월 5일 발표는 허위로 판명될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번에 발견된 도청테이프가 한정식집 같은 곳에 도청장비를 설치해 놓고 엿듣는 '미림(김영삼 정부 안기부의 도청팀)식' 도청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에 주목하는 모양이다. 만일 그것이 사실로 밝혀지면 "김대중 정부 국정원엔 별도 도청팀이 없었고 주로 휴대전화 도청 내용을 릴테이프나 컴퓨터파일로 저장했다가 1개월 뒤 파기했다"던 국정원의 지금까지의 진술 역시 뒤집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여기까지 왔으면 김대중 정부 국정원 지도부도 이제 아무도 믿지 않는 "나는 모른다"는 소리는 그만하고 모든 사실을 검찰에 털어 놓아야 한다.
검찰은 도청의 실태를 명확히 규명하면서 이와 함께 국정원의 도청 문건이 누구에 의해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건네졌는지도 밝힐 필요가 있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불법 도청을 해온 당사자인 정보기관 직원이 도청 자료를 대선 후보를 낸 정당에 넘겨준 것은 선량한 내부고발자의 행위라기보다 국정원의 고질인 정보제공을 통한 事前사전 줄서기의 혐의가 짙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