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본토에 상륙하는 허리케인 리타의 직격탄을 처음으로 맞게 되는 미 텍사스주 도시 갤버스턴이 100여년 전 겪었던 미 역사상 최악의 허리케인 피해를 떠올리며, 또다시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
갤버스턴은 텍사스 해안 위쪽의 갤버스턴 베이(Bay) 입구에 있는 인구 5만7000명의 도시. 휴스턴에서 남동쪽으로 82㎞ 떨어져 있는 폭 3.2㎞의 길쭉한 섬 위에 위치해 있어, 북서진(北西進)하는 리타가 맨 먼저 강타하게 된다.
갤버스턴은 1900년 9월 8일에 강타한 허리케인(지금의 3~4급 규모)으로 도시 전체가 폐허가 됐다. 당시 인구 3만6000명 중 8000명~1만2000명이 숨지고, 3600여채의 건물이 파괴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워싱턴의 기상청이 허리케인 진로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대피 명령을 내리지 않은 데다, 해안가의 모래언덕이 높지도 넓지도 않아 방어벽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갤버스턴은 1686년 프랑스 탐험가 로베르 카블리에 드 라살이 처음 탐험했다. 현재 지명은 식민지 시대에 이 섬을 임시로 점령하였던 스페인의 루이지애나 총독 베르나르도 데 갈베스의 이름을 따 붙여졌다.
1830년대에 본격적으로 이민이 시작되었고, 1839년에 시로 승격됐다. 1840~1870년대에는 남서부의 관문(關門) 기능을 하면서 남부의 월스트리트로 불리기도 했다.
1900년의 허리케인 피해 이후, 갤버스턴 시는 해수면보다 최고 5m 높은 방파제를 16㎞에 걸쳐 구축했고, 해수면보다 2.7m 높은 도시 지표면도 계속 올렸다. 그러나 이제 갤버스턴은 주요 항구 역할보다는 유적(遺跡) 관광지와 요양지로 알려져 있다. 리다 안 토마스 시장은 전 주민에게 즉각 대피하라고 명령했고,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참혹한 모습을 본 주민들도 대피에 순순히 응하고 있다.
(뉴욕=김기훈특파원 khk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