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세 번째로 강력한 허리케인으로 평가되는 '리타'가 멕시코만에서 최고 등급인 5급으로 세력을 확장한 채 미국 남부 텍사스주로 접근, 이 일대가 초비상 상태에 들어갔다.

리타는 22일 오전(이하 현지시각) 텍사스주 동남쪽 900㎞ 해상에서 풍속 280㎞의 강풍을 동반한 채 시간당 21㎞ 속도로 북서진(北西進)하고 있다. 이날 현재 리타의 세력권은 허리케인급 세력권만 반경 112㎞에 달하고, 전체 열대성 폭풍급 세력권은 590㎞에 걸칠 만큼 초대형(超大型)이다.

◆생수·건전지 등 비상식품 동나

미 국립 허리케인센터는 '카트리나'보다 더 강력한 리타가 주말인 24일 오전쯤 텍사스주 남부 섬 도시 갤버스턴 부근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뉴올리언스를 다시 덮치거나 미 4대 도시에 드는 텍사스주 휴스턴(권역인구 600만명)을 강타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갤버스턴 등 멕시코만 연안 도시와 뉴올리언스 등 인근 대도시 130만명에 대해 강제소개령이 내려졌다. 특히 갤버스턴은 21일 저녁까지 이미 시내 유일한 병원의 입원환자 200명을 전원 대피시키는 등 대부분의 시민들을 소개(疏開)했고, 연방재난관리청(FEMA) 직원 9명조차 시를 떠났다.

리타의 영향권 하에 있는 휴스턴에서도 22일부터 대학과 학교, 박물관, 공공시설들이 폐쇄됐고 교도소 수감자들과 병원 환자, 노약자들도 저지대에서 대피했다. 뉴욕타임스는 "상점들마다 생수와 건전지, 기타 비상용품들이 동났고, 일부 은행들은 한 번에 인출할 수 있는 현금을 500달러로 제한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트리나의 직격탄을 맞았던 뉴올리언스도 복귀한 수천명의 시민들에 대해 21일 강제소개령을 내렸고, 이들을 태울 500대의 버스를 마련했다.

◆연방정부 대응은 카트리나 때와 딴판

카트리나 재앙 때 늑장 대응 비판을 받고 홍역을 치렀던 연방·주 정부는 이번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텍사스와 루이지애나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국방부는 리타가 상륙한 직후 피해 상황을 점검할 정찰 비행기를 준비시키는 한편, 5000명의 텍사스주 주방위군을 동원하고 뉴올리언스에 배치된 1300명의 병력을 리타 상륙 예상지역으로 집결시켰다.

◆허리케인 왜 잦아지나

잦은 허리케인의 원인에 대해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라는 주장과 주기적인 기상 이변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미 조지아 공대의 피터 웹스터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북대서양과 카리브해 지역의 해수면 온도가 지난 1970~2004년 사이 섭씨 약 0.5도 올라갔다"고 지적한다. 바다가 따뜻해져 수증기 발생량이 늘어나면 무역풍과 상호작용을 일으켜 열대성 폭풍으로 발전하고 강력한 허리케인이 잦아진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미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자연발생 주기설을 내놓는다. NHC는 지난 21일 상원 보고에서도 "25~40년 간격으로 대서양에서 반복되는 허리케인의 발생 주기에 따른 것일 뿐 지구온난화와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허용범특파원 he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