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의 금년도 정시 합격자 2063명 중에서 수능 영어과목 만점자가 131명(6.3%)이었다고 한다. 수능 등급제가 시행되는 2008년 입시부터는 '만점'으로 환산될 1등급(상위 4%) 숫자는 1340명(65%)이었다.
서울대가 이런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텝스(TEPS:영어능력검정시험) 시험을 치렀더니 990점 만점에 500점도 못 받은 학생이 전체 신입생의 12.4%인 255명이었다. 수능 만점이 텝스 495점을 받은 경우까지 있었다. 서울대는 텝스 500점 이하의 경우 '대학영어를 수강할 수 없는' 수준으로 보고 주당 2시간씩 '기초영어' 과목을 수강토록 하고 있다.
수능 영어에선 영어지문을 녹음테이프로 듣고 대답하는 문제가 34%(50문항 중 17개) 나왔고 텝스에서는 30%(200문항 중 60개)였다. 문제 유형에서 특별한 차이가 나는 게 아닌 것이다. 그런데도 수능 1등급 학생이 텝스에선 낙제점을 받는 경우가 나오는 건 수능 시험이 그만큼 쉽게 출제되기 때문이다. 의예과의 경우 정시 합격자 전원이 수능 영어에서 1등급 점수를 받을 정도다.
수능 영어시험은 6차교육과정을 배운 학생들이 응시한 1998학년도 시험부터 쉬워졌다고 한다. 늘 나오는 유형이 정해져 있어 최상위권 학생이라면 어지간히만 공부해도 수능에선 만점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텝스 945점짜리나 텝스 495점짜리나 똑같이 수능에서 만점을 받을 수 있다면 기를 쓰고 영어공부를 할 이유가 없게 된다.
대학들이 논술에서 영어 지문을 출제해온 것은 수능의 이런 형편없는 변별력을 보완해 보자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교육당국은 '영어 논술'마저 금지시켰다. 대충 아무렇게나 뽑으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