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컴퓨터의 창업자이자 '토이 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등 화제의 에니메이션 영화 제작사인 픽사 에니메이션의 CEO 스티브 잡스. 성공한 기업인으로 스포트 라이트를 받고 있는 그가 최근 스탠포드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1년 전 췌장암으로 사형 선고를 받았던 경험을 털어 놨다.

스티브 잡스는 췌장암으로 3∼6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시한부 진단을 받았다. 췌장암은 생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알려진, 암 중에서도 가장 지독한 암. 그러나 내시경을 통한 조직검사 결과, 수술하면 치료할 수 있다고 판명됐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 죽음의 문턱에서 삶을 되찾았다.

췌장암 진단은 대개의 경우 사형선고와 같다. 췌장암은 그만큼 예후가 좋지 않다. 실제로 췌장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선종(腺腫)의 경우, 장기 생존자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췌장암 중에서도 수술로 완치가 가능한 경우가 있다. 점액분비성 암이나 내분비계통 암이 그것이다. 보통 췌장암은 조직생체검사를 실시하지 않고 수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잡스는 내시경으로 조직검사를 했고, 수술로 종양을 떼어냈다고 한다. 잡스의 암은 췌장 머리 부분에 생긴 예후가 좋은 경우였고, 췌·십이지장 절제술을 실시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췌장암은 복부 가장 뒷편에 위치하므로 이렇다 할 증상이 없다. 췌장 머리부분에 암이 생기면 췌장 내에 있는 담도를 압박해서 황달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런 황달 증상은 오히려 암 발견에 도움이 된다. 담도와 상관없는 췌장 몸통이나 꼬리 부분에 발생하는 암은 훨씬 발견도 어렵고 예후도 좋지 않다. 췌장암은 발생원인이 명확하지 않고, 증상도 없으며, 초음파나 내시경 등 일반적인 검사로도 진단이 어려워 조기 발견되는 경우가 드물다. 대부분의 췌장암 환자들이 다른 장기로 전이된 후 발견되기 때문에 수술조차 시도해 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췌장암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은 복부단층촬영(CT)이다. 그러나 건강검진을 목적으로 한 복부단층촬영은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정기적으로 복부단층촬영을 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상의 췌장암 대응법이라 할 수 있다.



(김욱환·아주대병원 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