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왜 혈액만은 헌혈에 호소하고 있을까? 인공혈액이 나왔다고 하지만 진짜 혈액을 따라 오려면 아직도 먼 이야기다. 역시 인간에게는 인간의 피가 필요하다. 혈액은 인공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국가에서는 혈액사업에 다양한 형태로 관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수혈 혈액에 의한 감염사고 발생이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면서 느끼는 것이 많다. 언론의 기사를 접하면서 이미 수혈을 받았거나 어쩔 수 없이 남의 피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이 얼마나 불안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혹여 이러한 보도를 계기로 일반인들이 수혈을 무조건 기피하는 분위기로 확산되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가 앞섰다.
혈액사업 자체의 불신이 헌혈자 감소로 이어지고 결국 수많은 의료기관에 혈액공급 부족 사태가 일어난다면 정부나 언론은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해 당장 어떻게 대안을 마련해줄 것인지 등 많은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정부는 지난 2004년도에 수혈로 인한 2~3건의 에이즈 감염 사건을 계기로 안전한 혈액공급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내에 혈액전담부서를 설치하였으며 적십자사 전산망에 20년간의 헌혈자 기록을 전산화하여 실시간 헌혈자 조회가 가능하도록 BIMS (Blood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를 정착시켰으며 2004년 1월부터 헌혈자의 혈액을 확인조사하고 있으며 지난 2월에는 효소면역법 검사보다 더 정확한 핵산증폭검사(NAT)도 도입했다.
정부의 혈액사업은 수혈로 인한 에이즈 사고를 계기로 확실히 한 단계 발전했다. 그런데 최근 국감을 앞두고 에이즈 감염 사고 등이 다시 재조명되면서 마치 전염병을 앓았던 사람이 헌혈한 혈액이 모두 오염된 혈액으로 비치는 기사가 속속 보도되고 있다.
따지고 보면 감염 의심자가 자기의 건강을 확인하기 위해 헌혈이라는 방법을 사용하는 한 우리는 이들을 막을 방법이 없다. 문진이나 검사로 자기를 속이는 사람을 찾아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미 지나간 혈액사고에 대한 내용을 국감을 위해 다시 조사할 수 있었던 것도 BIMS 전산자료와 NAT검사, 그리고 과거 혈액을 확인 검사할 수 있도록 헌혈 혈액 일부를 보관하고 있는 시스템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만일 이런 일조차 정부가 행하지 않고 있었다면 모든 일들은 영원히 사장되고 반복 되었을 것이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는, 복지부동의 행태는 이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좀더 성숙한 시각으로 정부를 보아주었으면 한다. 잘한 일에 대해서는 칭찬하고 과도기에 발생하는 이러한 일에 대해서는 비난 일색에 앞서 좀더 사실에 바탕을 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평가를 해주었으면 한다. 아울러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던, 혹은 무심하게 지나쳤던 '헌혈의 집'을 이제는 다른 시각으로 보아주었으면 한다. 매년 250만명의 헌혈자 모집을 통해 100% 국내자급을 이뤄내고 있는 혈액원 직원들에게 고맙다는 말도 건넸으면 좋겠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김현옥·연세의대교수 진단검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