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신입생을 선발하기 위해 정원을 못 채우더라도 학력이 떨어지는 수험생을 받지 않는 최저학력기준제. 4년제 대학의 10%가 신입생 정원의 60%도 못 채우는 현실에서 이 제도의 도입은 재정(財政)적 손실 등 갖가지 부담이 따르는 모험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모험을 감행해 성공의 길로 접어든 대학이 바로 대구가톨릭대학이다. 지난해 신입생 모집 때부터 최저학력기준제를 국내 최초로 도입해 기준에 들지 못하는 수험생은 해당학과가 미달사태를 빚어도 받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신입생들의 수능성적이 2004년 5.4등급에서 4.8등급으로 크게 올라갔다고 입학관리팀은 밝혔다. 과·학부별로는 사회복지학부가 수능평균 4등급에서 3등급으로 오른 것을 비롯해 언론광고학부· 동양어문학부·국제실무외국어학부·행정학과 등이 5등급에서 4등급으로, 기계자동차공학부·컴퓨터정보통신공학부 등이 6등급에서 5등급으로 각각 향상됐다.

이에 따라 캠퍼스의 학구열도 남달라졌다. 그 이전보다 학교 입학에 따른 자부심이 커져 학습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대학 측은 밝혔다. 한마디로 '대학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신입생들의 등록률은 71.5%로, 다른 대학들에 비해 낮았다. 불어불문학과와 독어독문학과 등 미달학과도 8개나 됐다. 예견된 결과였다. 황하진(黃河鎭) 대외협력처장은 "대학들이 단 한 명이라도 더 붙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학력기준제 도입은 모험이 아닐 수 없었다"며 "내실 있는 교육을 하기 위한 우리대학의 시도는 성공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저학력기준제는 다른 대학들의 벤치마킹 사례도 되고 있다. 대학 측은 "전국 각지의 대학들이 최저학력기준제 시행에 대한 문의를 해오고 있으며, 일부 대학 관계자들은 재정부담을 감수한 용기를 부러워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내년 입시에서는 최저학력기준을 더욱 강화했다. 의예과·약학과 2등급 이상(전 영역), 간호학과 4등급이상(전 영역), 사범대·사회복지학부 4등급 이상(2개 영역) 등으로 기준을 세분화했으며, 인문·자연계열은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치르기로 했다.

대학은 내실 있는 교육을 위해 캠퍼스 글로벌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미국 미시시피주립대, 중국 산둥(山東)대학 등과 복수학위 교류협정을 맺었다. 학생들이 일정의 조건을 갖추면, 학교에서 전액을 부담해 현지에서 공부하고 양 대학의 학위를 모두 받도록 한 것. 또 세계 각 대학의 명강의를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도록 원격강의도 계획 중이다.

대구가톨릭대학은 입학요건 뿐아니라 졸업요건도 까다롭다. 학년별로 일정의 어학실력과 자격증을 갖추어야 학년이 올라가고 졸업을 할 수 있도록 한 '졸업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다. 유급도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졸업 때 필수학점을 이수해야 하는 기존제도와 다르다.

서경돈(徐炅敦) 총장은 "대학이 경영 측면도 무시할 수 없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가 필요로 하고 또 인정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라며 "대구가톨릭대 졸업생은 검증된 학생이라는 평가를 받도록 학교가 전적으로 책임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