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버튼은 팬터지 왕국의 수도(首都)이다. '비틀 주스' '가위손' '배트맨' '화성침공'으로 이어지는 그의 작품은 기이하고도 환상적인 궤적을 만들어가며 영화사상 가장 스릴 넘치는 롤러코스터를 선보였다. 이를테면 버튼의 진실은 그의 상상력 안에 있다. 그런 그가 2003년 부자간 화해를 다룬 '빅 피쉬'를 내놓았을 때, 팬들은 놀랐다. 하지만 '빅 피쉬'는 악동도 나이를 먹고 천재도 세상과 타협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도 그리 나쁜 일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이어진 신작 '찰리와 초콜렛 공장'에서 그는 다시 힘주어 가족을 이야기한다.

윌리 웡카(자니 뎁)는 키가 75㎝ 밖에 되지 않는 움파룸파족 사람들을 고용해 신비로운 방식으로 최고 초콜렛을 만드는 은둔자. 그가 초콜렛 속에 숨긴 황금 티켓을 찾아오는 다섯명에게 베일에 싸인 공장을 견학시켜주겠다고 하자 세계는 열풍에 휩싸인다. 너무 가난해 일년에 한 번 밖에 초콜렛을 사먹지 못하는 소년 찰리(프레디 하이모어)가 마지막으로 티켓을 발견하고서 다른 네 아이들과 함께 웡카를 만난다.

베일에 싸인 초콜렛 공장을 견학하는 아이들. ‘찰리와 초콜렛 공장’은 흡사 테마파크를 관람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로알드 달의 베스트 셀러를 영화화한 ‘찰리와 초콜렛 공장’은 버튼이 얼마나 화려한 꿈을 꾸는 사람인지 알려준다. 컴퓨터 그래픽 대신 실제 세트를 지어 찍어낸 공장 내부 장면들은 문자를 영상으로 옮기는 일 자체가 얼마나 대단한 독창성을 요구하는지 보여준다. 55m에 이르는 초콜렛 강을 직접 만들고, 호두 껍질 까는 다람쥐를 실제 훈련시킬 정도로 고집스런 버튼은 어느 영화에서도 만난 적 없는 풍경을 실크햇에서 비둘기를 꺼내는 마술사처럼 익숙하게 선보인다. 할리우드를 ‘꿈의 공장’이라 할 때 거기엔 종종 경멸적 의미가 담기지만, 버튼의 초콜렛 공장은 그 말에서 부정적 뉘앙스를 제거한 뒤 원초적 감탄사만을 메아리치게 만든다. 할리우드는 점점 더 공장을 닮아가지만, 아직 그 꿈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자니 뎁이 아니었다면 세상으로부터 마음을 닫아 건 웡카가 요란한 팬터지 속에서 입체감을 잃지 않게 할 수 있었을까. 브래드 피트가 도전했다가 미끄러진 위치, 조지 클루니가 꿈꾸었다가 포기한 자리에 웃으며 서 있는 배우 자니 뎁은 메이저의 양감과 마이너의 질감을 온전히 체현하며 마이클 잭슨과 피터팬을 합친 것 같은 사내 웡카를 멋지게 살려냈다. 딥 로이가 수십번씩 연기를 반복해 만들어낸 움파룸파 족의 뮤지컬 장면들도 탁월하다.

언뜻 어린이 영화처럼 보이지만 이 작품은 ‘푸트라이트 퍼레이드’에서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와 ‘엑소시스트’까지 고전들을 종횡무진 패러디해 영화광을 자극한다. 가족영화란 장르를 택해놓고도 중반까지 흡사 어린이 혐오증이라도 드러내듯 기괴한 유머를 늘어놓기도 한다. 그러나 종반부는 당혹스러울 정도로 디즈니적인 ‘착한 결말’로 안전하게 막을 내린다. 엔딩이 타협적이라고? 버튼은 아이 아버지가 된 뒤 너무 많이 변했다고?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찰리와 초콜렛 공장’은 가족영화란 초콜렛과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초콜렛의 복합적인 맛에는 쓴 맛도 담겨 있지만, 결국 남아야 하는 것은 달콤함이라고. 웡카 역시 “초콜렛은 즐거움을 위한 거야”라고 외치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