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총선거에서 자민당이 전체 480석(지역구와 비례대표) 가운데 단독으로 과반(241명)을 훨씬 넘겨 300석 가까이 확보했다. 선거 전 212석에 불과했던 자민당은 자민당 단독정권이 붕괴됐던 93년 이후 처음으로 기록적인 압승을 거둔 반면 175석의 현 의석을 바탕으로 한때 집권까지 바라보던 민주당은 120석에도 못미치는 참패를 했다.
고이즈미 총리에게 반기를 들고 자민당을 탈당했던 후보들도 상당수 苦杯고배를 마셨다. 고이즈미 개혁의 최대 상징이던 郵政우정사업 민영화 법안이 부결돼 의회를 해산하던 한달 전의 모든 豫想예상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이런 자민당의 승리는 고이즈미 정권이 집권 이후 세계가 '일본발(發) 세계공황의 뇌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던 천문학적 규모의 금융부실 문제를 일부 비판을 무릅쓰고 일관된 정책을 밀어붙여 해결했고 자민당이 수십년 동안 입으로는 개혁을 외치면서도 정권의 지지기반을 흔든다는 당내 비판에 밀려 손도 대지 못했던 우정 민영화의 결단을 국민들이 높게 평가한 결과다.
우정 민영화란 2만4000여개 우체국과 360조엔의 우편저금을 보유한 공룡 공기업 일본우정공사(우체국)를 2007년까지 민영화하고 보험과 우편저금을 완전히 민간에게 넘겨 민간 금융을 활성화시킨다는 것이다. 일본우정공사의 민영화는 전통적으로 자민당의 최대 표밭과 자금줄 구실을 해온 우체국(직원 28만명) 조직을 해체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당내 유력 파벌들은 자민당 집권 기반을 자민당 스스로 무너뜨리는 自害자해행위라고 공격하며 결사적 저항을 벌여왔고, 여기에 효율화를 외면한 채 공기업의 무사안일 경영에 매달려온 노조와 관련 업계들이 기득권 보호를 위해 고이즈미 공격에 加勢가세했다.
일본 유권자들은 이 상황 속에서 세계와의 경쟁에서 일본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 자민당과 강성 노조의 기득권 유지가 아니라 포기라고 판단하고 고이즈미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고이즈미 정권은 출범 이후 외교정책에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역사교과서 왜곡에서 드러낸 아시아 輕視경시와 평화헌법 개정 추진 등의 右傾化우경화 노선으로 주변국의 불신을 사왔다. 이런 까닭에 이웃나라의 관심까지 끌어모았던 일본 총선의 고이즈미 압승 의미를, 나라의 살 길과는 관계없는 '정치권의, 정치권을 위한 선거구 변경'에만 몰두해 있는 우리 정치권은 잘 곱씹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