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문화재청장은 황룡사 탑 복원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우선 빛으로 쏘아 형상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재홍기자 jhjun@chosun.com

이달 초 취임 1년을 맞은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자신감에 넘쳐 있다. 문화재청 인력이 최근 51명 증원됐고, 40여명이 사무관(5급) 이상으로 승진한 것에 한껏 고무된 표정이다.

취임이래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광화문 한글 현판 철거 논란, 독도 입도인원 확대와 개발 논란 등 정치적 논란과 이야깃거리를 숱하게 쏟아냈다. 청장으로서의 일 욕심 못지 않게 베스트셀러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저자이자 미술사학자로서의 발언, 학술 발표에도 종횡무진인 그를 만났다.

-엊그제는 서울보훈병원의 상이용사들을 찾아 사과를 했다.

"지난 6월 북한 방문 때 북한 스파이들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 주제가를 불렀던 것에 대해 항의가 많았다. 그때도 사과와 해명을 했지만, 내가 주사파이거나 친북인사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밝혔다. 나는 문화유산답사기에 '북한에 자본주의의 바이러스(virus)가 퍼져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이다. 아직 분이나 오해가 덜 풀린 분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문화재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많이 했다. 막상 청장으로 일해보니 어떤가?

"청의 업무가 학예직(전문직) 중심이 아니라는 비판을 많이 했는데, 결국 업무는 '행정 문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행정직도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지면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경기도 담당, 충청도담당 하는 식으로 일을 나누고 있는데, 이것을 성곽 담당, 사찰 담당 등 분야별로 나누면 행정직에서도 얼마든지 전문가가 나올 수 있다."

-정부는 2035년까지 총 3조2800억원을 들여 황룡사·월성(경주의 첫 왕성) 복원 등을 목표로 하는 '경주역사문화도시계획안'을 최근 수립했다. 하지만 이는 문화유산 보존보다 관광에만 중점을 둔 것이 아닌가.

"1970년대에 그랬던 것처럼, 철근콘크리트에 미색 단청으로 복원하는 것은 문제다. 황룡사는 엄청난 연구와 자료 수집을 통해 복원이 가능할 것이다. 지금처럼 주춧돌에 잔디만 깔려 있는 게 상책은 아니다. 관광에 대해 변화된 국민의 욕구를 들어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황룡사탑은 궁극적으로 복원해야겠지만, 그에 앞서 스크린을 세운 뒤 레이저를 쏘아 빛으로 복원한다면 훌륭한 볼거리가 될 것이다."

-유청장 자신도 1997년 '황룡사는 복원하지 말고, 터를 고즈넉하게 놓아 두는 편이 낫다'고 글을 썼다. 원형도 모르는데 빛으로든 뭐든 어떻게 복원하나?

"황룡사 레이저 복원 안은 현재 문화부에서 용역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문화부에서 '경주안'과 관련, 큰 밑그림을 그리더라도 문화재 분야의 최고 전문가집단이자 사실상의 정책 결정기관인 문화재위원회를 거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어떤 사업이나 업무에 주안점을 둘 것인가?

"작지만,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일을 개선하고 싶다. 경복궁 자경전(慈慶殿) 안내판에는 '정면과 측면이 각 몇 칸이다'는 식으로 쓰여있다. 이를 '자경전은 대왕대비가 거처하던 곳이다. 흥선대원군은 자기 아들 고종을 왕위에 오르도록 한 조(趙)대비에 감사하며 경복궁 복원 때 자경전을 어느 건물보다도 화려하게 지었다'고 바꿀 계획이다.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스토리텔링)으로 바꾸고자 한다. 매장문화재나 무형문화재 제도 개선도 중요한 과제다."

그는 또 '한국미술사' 개론서를 '역사'가 아니라 '이야기'로 쓰고 싶다고 했다. "세계적인 석학 윌 듀런트나 곰브리치가 철학사와 미술사를 쓰면서 '역사(history)'가 아니라 '이야기(story)'로 쓴 것과 마찬가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