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시아에 살고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사실을 간과하는 때가 많다. 아시아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우리의 무역과 투자, 나아가 정치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큰 지역일 뿐아니라, 경제의 역동성과 국가간 의존도 확대라는 측면에서도 다른 지역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아시아에는 전세계 인구의 절반이 넘는 35억명이 살고 있다. 이 같은 엄청난 인구는 우리의 무역 및 투자 기회의 면에서 많은 가능성을 말하는 것이다. 2004년 중 우리나라의 아시아에 대한 수출입은 2400억달러로 총수출입의 절반에 달하고 있으며, 상위 6개 수출국 중 5개국이 아시아국가다. 투자는 금년 7월 말 현재 242억달러로 단일 지역으로는 최대이고, 한국 전체 해외투자 중 44%에 달한다.
이렇게 중요한 아시아가 지금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첫째, 종래의 쌍두체제(雙頭體制), 즉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던 시대가 지나가고 미국·일본·중국의 삼두(三頭)체제로 변하고 있다. 중국은 정치적으로는 미국과 일본의 포위망을 뚫는 한편, 경제적으로는 자원확보와 시장개척, 해외투자 확대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아시아 각국에 맹렬하게 진출하고 있다.
둘째, 또 다른 잠재적 거인인 인도가 부상하고 있다. 지난 7월 인도 수상이 미국을 방문, 실질적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았다. 경제적으로는 지난 수년간 매년 6% 정도의 고속성장을 계속해 왔고 산업구조도 다변화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 7월 인도 남부지역과 수도인 뉴델리를 방문했는데 인도가 잠에서 깨어나 성장 모멘텀을 형성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셋째, 동남아국가연합(ASEAN) 말고도 소규모 지역경제협력체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면 인도차이나 반도에는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태국 등을 중심으로 '범(汎)메콩 지역협력체'가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지원을 받으며 각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개별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전략으로 이에 대응하고 있다. 일본도 싱가포르· 태국 등과 FTA를 체결했으며 각종 원조사업을 통해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증대시키고 있다. 서남아시아에서는 양대 중추국인 인도와 파키스탄이 화해 무드를 타고 역내(域內) 투자와 무역 증대를 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한국에 무엇을 의미하는가. 무엇보다 한국이 적절히 대응치 못하면 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제교류는 물론 영향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지역주의와 FTA라는 열차에 같이 몸을 싣지 못하면 우리의 무역·투자 등이 영향을 받고 장기적으로 성장과 고용에도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또 국내산업의 경쟁력을 계속 향상시키기 위해서도 해외기업들과의 기술·시장·자원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지금처럼 각 분야가 급격히 변화하는 시대에 홀로 서기 모델은 기회와 시기를 놓칠 가능성이 크다.
현재 한국은 국내문제와 통일문제에 너무 매달려 있는 느낌이다. 이들 문제에 지나치게 집중해 충혈된 우리의 눈을 식히고 다시 균형된 모습을 찾아야 한다. 국가 우선순위를 일부 제한된 특정 이슈에 설정하고 모든 역량을 그 이슈에 쏟아부으려는 정책은 효율성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아울러 장기적 이슈는 단기적 해법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 접근 방식을 택해야 한다. 조급증을 보일수록 더 꼬이고 실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에서 대두되는 정책과제는 해외, 특히 아시아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참여, 협력을 증대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머지않아 아시아는 세계경제의 핵심지역으로 부상할 것이다. 해외시장이 한국에 얼마나 중요한지는 재언할 필요조차 없다. 한국은 대외지향형 발전모델로 성공한 나라이고, 자원과 인구·지정학적 여건상 이 모델의 중요성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김윤환 · 아시아개발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