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남·인하대 입학처장

교육부는 얼마 전 2006학년도 수시2학기 전형부터 적용할 논술고사 기준을 발표하였다. 국가가 대학입시의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개입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대학에서 시행해온 논술고사는 몇 가지 문제를 야기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영어지문을 제시하는 언어영역 논술 문제는 무엇을 평가할 것인지를 잊은 전형적인 대학의 권위주의적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언어논술에서의 주된 평가 대상은 학생의 사고 능력이지 영어 독해 능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수리영역 논술에서 교육과정을 넘어서는 내용을 출제하거나 단순히 서술형 풀이 문제를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특히 배운 내용을 기술만 하는 문제는 자신의 주장이 들어서지 못한다는 점에서 논술이라고 할 수 없다. 논술 적격 여부에 대한 사후심의까지 실시할 예정이므로 논술고사가 본고사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한 교육부의 시도는 어느 정도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교육부에서 제시한 논술고사 기준은 이미 시행되고 있는 논술고사의 문제점을 시정하고자 하는 데 급급하여 논술고사의 방향을 포괄적으로 제시하는 데에는 미흡한 측면이 있다. 논술고사는 대학 입학 전형의 한 도구이므로 문제의 유형뿐만 아니라 입학 전형에서 논술고사가 갖는 비중에 대해서도 함께 언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부에서 제시한 기준에는 논술 문제의 유형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논술고사의 실질반영률도 포함되어 있어야 했다.

첫째로 교육부에서 밝힌 수리영역 논술고사에 대한 기준은 수리영역의 특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에서는 '특정교과의 암기된 지식을 묻는 문제' '수학이나 과학과 관련된 풀이와 정답을 요구하는 문제' 등은 논술고사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기준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수리논술에서 평가하려는 능력을 생각하면 이 문제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수리논술은 논리적 전개에 있어 수식·계산 등을 활용하는 영역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하여 교육과정에서 얻은 암기된 지식이나 공식을 사용하거나 필요에 따라서는 계산기를 사용하여 수치를 계산하는 것도 가능해야 한다.

둘째로 교육부에서는 논술고사의 실질반영률에 대한 기준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학생·학부모들이 초미의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은 문제의 유형보다는 오히려 실질반영률일 것이다. 지금은 논술이 정규과목으로 자리잡고 있지 못하며, 정규과목이 되더라도 실질적인 언어 및 수리논술 교육이 이루어지기에는 학교의 교육환경이 갖추어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논술고사의 실질반영률이 높으면 이 제도는 그러한 능력을 사적으로 키울 수 있는 소수의 학생만을 위한 제도가 될 수밖에 없다. 또한 대입에서 내신의 비중을 높게 하겠다는 교육부의 방침을 실현해나가기 위해서라도 논술고사의 실질반영률에 대한 기준은 꼭 필요하다. 교육부에서 이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 것을 학생·학부모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임에 틀림없다.

(박제남·인하대 입학처장 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