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순번제 의장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왼쪽)가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중국과 유럽연합(EU) 정상회담이 5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렸다. 1998년 이후 정례화된 8번째 회의다. 양측은 이번 회의 기간 중 가장 큰 현안인 섬유 분쟁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대중(對中) 무기금수 조치와 시장경제 지위 인정 등 중국의 오랜 숙원은 주요 의제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전쟁'(섬유분쟁) 원칙적 합의

EU 순번제 의장국인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와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 하비에르 솔라나 외교정책 대표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가졌다. 후 주석과 블레어 총리는 8000만점의 중국산 섬유제품이 유럽 주요 항구의 세관 창고에 묶여있는 상태에서 불편하게 대좌했다. 올해분 수입쿼터를 초과한 중국 제품이었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피터 만델슨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이 하루 전 베이징에 도착, 보시라이(薄熙來) 중국 상무부장과 이날 새벽까지 마라톤 협상을 벌였으나 정상회담이 시작되기까지 타결하지 못했다. 결국 정상회담이 끝난 뒤 계속된 만델슨·보시라이 회담에서 EU가 중국측에 추가 쿼터를 주는 방안으로 합의했다고 AP 등 외신이 전했다. 그러나 이 합의안은 25개 EU 회원국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절차를 남겨놓고 있다.

양측은 이번 정상회담서 EU 투자은행의 베이징공항 확장 5억유로 차관 제공, 황허(黃河)·창장(長江) 보호를 위한 5500만유로 원조 등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중·EU, 밀월기에서 냉담기로?

중국 입장에서 숙원이라고 할 수 있는 EU의 중국에 대한 무기 금수 문제는 이번 회의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EU가 1998년 중국을 비(非)시장경제 국가에서 경제전환형 국가로 인정한 이후 7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시장경제국가 지위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과 유럽의 관계가 '밀월기'를 지나 '냉담기'로 접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베이징=조중식특파원 jsch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