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훈·뉴욕특파원

미국 남부 지역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얼핏 보면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앨라배마 등 미국 남부 3개주가 심각한 피해를 입은 국지적인 자연재해이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한국이나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는 팔짱을 끼고 불구경이나 하면 될 것 같이 보인다. 하지만 피해 정도가 예상보다 심각하게 나타나면서 '세계화 메커니즘'의 충격이 뚜렷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충격파는 유가(油價)에서 시작됐다. 피해지역 정유시설 가동 중단에서 비롯된 휘발유값 급등은 즉각 국제금융시장의 투기자본에 불을 붙였다. 뉴욕시장의 자금이 대서양 건너 유럽으로 건너가 휘발유를 사들이면서 유럽의 휘발유 가격이 일주일도 안 돼 10%나 폭등했다.

아시아도 예외가 아니다. 투기자본들은 고유가 때문에 인도네시아 정부의 유류보조금 부담이 급증했다고 판단, 인도네시아 루피화(貨)를 투매했다. 인도네시아에서 금융위기의 전주곡을 울린 것이다. 한국에서도 기름값이 더 올라 운전자들의 주머니 사정을 더욱 빡빡하게 만들 전망이다.

정유시설의 재가동, 송유관 복구, 인력 추가확보에는 앞으로도 수개월이 걸릴 것이다.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은 "카트리나가 석유시장에 수류탄을 던졌다" "거대한 위기가 몰려오고 있다"는 경고를 발하고 있다. 그러면서 불길하게도, 수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경제가 고유가의 최대 희생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일본과 함께 한국 이름까지 거론하고 있다.

한국경제에서 고유가는 통제 불가능한 변수이다. 미국이나 중국, 중동 등 세계 열강들이 전쟁도 불사하며 벌이는 이권다툼에 한국이 개입할 여지는 거의 없다. 결국 미국이 그러는 것처럼 우리도 내수나 투자, 기술개발 등 다른 경제변수들을 잘 살려 오일쇼크를 피해갈 수밖에 없다. 한국은 과연 '집안 살림'을 잘 챙기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