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가 보는 사람의 성적 수치심을 자극하는 것이라면, '루시아'(Sex and Lucia)는 포르노가 아니다. 하지만 이 스페인 영화가 평범한 관객들을 처음 자극하는 지점은 역시 강도 높은 에로티시즘. 여성의 자위, 발기 순간의 남성, 격렬한 교접 등 보수적 스크린에서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신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심의 기준의 완화로 보는 해석도 가능하지만, 그보다는 '루시아'가 보여주는 성적 상상력이 '수치'보다는 '공감'과 '소통' 쪽에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남성의 성적 판타지로 '루시아'를 해석하면,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처음 만난 낯선 여자(나즈와 님리)와의 충동적 섹스, 그리고 지극히 사랑하는 여인(파즈 베가)과의 관성화된 섹스. 소설 쓰는 남자 로렌조(트리스탄 우요아)를 통해 남성 관객은 그 둘의 차이를 대리만족하고, 죄의식과 욕망 사이의 위험한 줄타기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영화는 로렌조의 소설과 현실을 가로지르면서, 매력적인 성적 판타지의 세계를 펼쳐보인다.
'루시아'을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훌리오 메뎀 감독은 '오픈 유어 아이즈' '디 아더즈'를 찍은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와 함께 스페인 영화의 기대주로 꼽히는 인물. 2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