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권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이 3년 연속 이어지고 있다. 잠깐 '과거 여행'을 해보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빨리 변했는지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낄 수 있다.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기인 1960년대 한 여성이 6명의 아이를 낳았고, 본격적인 산업화 시기인 1970년대에는 4명을, 1980년대는 2명을 낳아 키웠다. 경제적 여유가 생기고 복지 수준도 높아진 지금은 한 여성이 평균 1.16명을 낳고 있다.

사실 이러한 출산율 저하는 예견된 결과이지만 한동안 학계에서조차 인구 대책에 대한 혼선이 빚어졌었다. 1998년에 제시된 정책연구 결과, '경제 위기'로 인하여 결혼과 출산의 포기·지연이 약 20%나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런데도 인구정책의 방향에 대해 "우려(憂慮)할 것 없다"와 "대비(對備)해야 한다"는 상반된 입장의 논쟁이 수년간 지속됐다.

늦었지만 다행스럽게 현 정부는 '출산율 장려와 고령사회 대책 강화'라는 정책방향을 설정했다. 국회의 양대 정당에서도 저출산 관련 위원회가 운영되어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정책 강구를 독려하였다. 보육 예산이 두 배 이상 늘어났고, 국민적 관심이 증대되는 등의 효과가 있었다. 그럼에도 '출산'을 장려하는 체감 있는 정책은 여전히 부재(不在)하다는 지적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개인·가족·사회의 세 측면에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개인들은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려면 안정된 직장과 경제적 뒷받침이 필요하고, 눈높이에 맞는 배우자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 현실을 보자. 청년 실업과 불안정한 직장, 과도한 혼수 비용이 드는 사회문화, 엄청난 전셋돈, 심각한 가정폭력, 높은 이혼율, 직장에서의 결혼 장벽… 결혼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게 만든' 현실이다. 미혼남녀들은 결혼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느끼지 못하는 데다가, 자신의 행복과 인생 계획에 방해가 된다면 결혼을 안 하겠다는 가치관을 갖고 있다. 특히 혼전(婚前) 동거와 출산이 용인되는 서구 사회와는 달리 우리는 결혼이란 제도를 통해서만 출산이 주로 이루어진다.

결혼한 부부들은 어떤가? 경제 수준은 향상되었지만 자녀 키우기가 예전의 4~5명 낳을 때보다 더 어려워졌다고 한다. 엄청난 사교육비, 기대에 못 미치는 안전환경, 믿고 맡길 곳이 없다고 하소연 하는 보육환경 등은 아이 낳기가 두려운 사회임에 틀림없다. 더군다나 맞벌이하지 않고서는 생활하기 어려운 사회구조와 '사오정' '오륙도' 등 조기퇴직이 만연된 사회에서 자녀출산을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다.

현재의 인구를 유지하려면 출산율이 2.1명이 되어야 하므로 지금처럼 출산율이 1.16명에서 0.1~0.2명 정도 오르내리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2002년부터 가임(可妊) 여성(15~49세)이 줄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출산아의 절반인 여아(女兒)가 약 30년 후에 다시 출산을 하게 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출산율이 다소 오르더라도 출산아수는 감소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결국 저출산의 충격은 무한할 것으로 예측된다.

결혼과 출산을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지만, 이런 행위가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가족과 사회의 몫이다. 인간은 합리적 행위 결정을 하는 이성적인 동물이다. 결혼과 출산으로 인한 비용과 효과를 감안해 비용보다 효과가 크면 이를 받아들일 것이고, 비용보다 효과가 적다면 회피할 것은 당연하다. '효과'를 증대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정부는 '비용'을 줄이거나 지원하는 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김승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