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신 팀장

제도, 이해관계, 헌법. 이 셋의 함수관계는 우리 국민에게 낯설지 않다. "어떤 제도로 혜택을 받는 이해집단이 생기고 나면 그 제도를 고치기가 헌법만큼 어려운 것"이 얼마나 가공할 위력을 지녔는지 이미 경험했다. 현 정부의 수도(首都) 이전 계획은 수년간 논란 끝에 위헌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그 판결 후 이해집단의 반발이 컸고, 정부 부처들을 옮기는 사실상의 수도 이전 계획은 다시 살아나 재추진되고 있다.

"새로운 부동산 세제(稅制)로 득을 보는 사람이 생기면 그분들이 계속 감시해 제도가 유지되게 하겠다." 8·31 부동산 대책을 주도하고 있는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이 얼마 전 한 말이다. 그는 "헌법만큼 고치기 힘든 부동산 대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실장의 발언대로, 예컨대 부동산 보유 상위 수십만 가구에서 해마다 거액의 종합부동산세를 따로 징수해 특정 계층을 위해 쓰는 제도가 생긴다고 하자. 수혜집단을 특정하는 이런 제도는 정말 헌법도 건드리기 힘든 기득권으로 굳어질 것이다.

수도 이전 계획과 이번 부동산 대책이 흡사한 점은 또 있다. '편가르기'다. 수도이전이 지역 간 편가르기라면, 부동산 대책은 계층 간 편가르기다. 부동산 보유자들의 재산 일부를 거둬 우리 사회의 특정계층에 나눠준다면 그들은 누구에게 고마움을 느낄까. 남보다 세금을 많이 낸 부유층? 아닐 것이다. 그들은 '베푼 자'들보다는 세금을 거둬 '나눠준 자'들에게 마음의 짐을 느끼며 어떻게 하면 그 빚을 갚을 것인지를 궁리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나눠준 자들이 준 달콤함에 빠져 계속 그들을 쳐다보게 될 것이다.

한나라당이 여당의 전략에 말려 반대 목소리를 거의 내지 못하는 것도 수도이전 계획과 부동산 대책이 닮은 점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수도 이전에 반대했다가 선거에서 졌다. 그 뼈아픈 대가를 치른 후 한나라당은 수도 이전 공방에서 한발 물러섰고, 이번 부동산 대책에서도 '득을 보게 될 이해집단'의 눈치를 살피며 거의 침묵하고 있다.

정책 전문가가 아니라 선거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것도 공통점이다. 수도 이전은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으로 여당이 주도했다. 지금 부동산 대책도 김병준 실장의 청와대가 주도하고 있고, 정부의 정책 전문가들은 뒷전에 밀려있다. 노 대통령의 대선 참모였던 김 실장은 지난 대선에서 정책과 선거전략을 조합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그가 이번 부동산 대책에서도 '득을 보게 될 이해집단'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면 여권의 지지기반이 더욱 공고해지는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주택과 땅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세금을 많이 거둬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소외받는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정부의 그런 기능은 국회에서 세입(歲入)과 세출(歲出) 예산 승인절차를 거쳐 수행돼 왔고, 이번 부동산 대책으로 더 거둬지는 세금도 같은 절차를 통해 빈곤층 복지를 위해 쓰이면 된다. 시장의 가격질서를 교란하는 투기세력도 마땅히 차단돼야 한다. 하지만 주택 보유자에게서 거둔 '세금 주머니'를 따로 만들어 특정계층에 주고 그 계층이 주머니를 영원히 지키게 유도하겠다는 발상은 전혀 다른 얘기다. 국민이 부동산 대책에서 바라는 것은 부동산 가격안정이지, 일부 세력의 분배주의 실현은 아닐 것이다.


(윤영신 · 경제부 금융팀장 ysyo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