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지난 5일 'DJ정부 도청'에 대한 발표를 하면서, 기본적인 사실관계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은 5일 발표에서 이동식 휴대폰 감청장비(CAS)를 99년 12월~2000년 9월까지 사용했다고 했다. 그런데 불과 20일 만인 25일 "새로 장비지원 신청서 등 문건을 찾아냈다"며 사용기간을 정정했다. CAS 사용은 국정원이 도청의 가장 중요한 근거로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초적인 사실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발표부터 한 셈이 됐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첫 발표 때는 일주일밖에 시간이 없었다"고 했다. 국가기관이 공식 조사발표를 하는데 시간이 없었다는 해명도 납득이 어렵지만, 그렇다면 왜 서둘러 발표했느냐는 의문이 또다시 제기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날 발표도 부실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도청 대상과 관련해 '대공 수사나 보안 목적과는 관계없이~'라고 모호하게 표현했다. 국정원은 "관련자들이 진술을 회피하고, 강제 수사권이 없지 않느냐"라고 하고 있으나, 전·현직 직원들에 대한 직접 조사 부담 때문에 검찰에 조사를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