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전주원(33·신한은행)의 서울 구의동 집 싱크대 서랍을 열었다. 포장도 안 뜯은 식칼이 놓여 있고, 쓰지도 않은 숟가락이 수북했다. 여기에 남편 정영렬(35)씨의 지갑, 자동차 열쇠, 도장까지 뒤섞여 있으니 도저히 살림한 '티'가 안 났다. 전주원이 집에 머무르는 기간이 1년에 기껏 두 달 남짓하기 때문.

졸지에 '자취생'으로 전락한 정씨는 쌀도 사놓지 않고 얼린 피자를 데워 끼니를 때운다. "혼자 빨래 갤 때면 주원이 생각에 목이 메어요. 오랜만에 보면 어색해서 '우리 부부 맞아?'라고 할 정도죠."

전주원은 1991년 농구대잔치 신인왕 수상 이후 10년 넘게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군림해 온 여자농구의 대들보. 임신했던 작년 초 은퇴했다가 이번 여름리그에 전격 복귀해 팬들을 놀라게 했다. 정씨는 "1년 공백에도 이번 올스타 팬투표에서 1위에 올랐다"며 놀라워했다.

"숟가락 몇 개 있는지도 모르는 빵점 주부"라며 쑥스러워한 전주원은 지난 18일 리그 시작 후 두 번째로 '귀가'했다.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의 전주원은 "집에 갈 땐 항상 남편이 안산의 구단숙소까지 데리러 온다"며 싱글벙글이었다.

하지만 정씨는 볼멘 목소리로 "아내 머릿속엔 농구밖에 없다"고 했다. "함께 필드 나가려고 골프채 사줬는데 한번 휘두르더니 '허리에 지장 있을 것 같다'고 썩히더라고요."

스키장도 못 간다고 푸념한 그는 "발목 다친 아내가 코트에 빨리 복귀하려고 억지로 매 끼니 사골국물을 들이켜더라"며 "아내의 프로근성을 배우고 산다"고 했다.

결혼 6년 만에 얻은 딸 수빈이는 3분 거리에 사는 전주원의 시부모가 키운다. 시어머니 임건자(60)씨는 평소 며느리에게 홍삼을 직접 달여 먹이고 시합을 앞두고선 녹용을 추가한다. 임씨는 "스타 며느리 리그가 안 끝나서 수빈이 돌잔치(9월 9일)를 연기해야 한다"며 섭섭해했다.

시아버지 정재윤(62)씨는 "며느리한테 생일상도 못 받아봐서 서운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우리 며느리는 남자팀 감독까지 할 만한 재목"이라며 자랑에 바빴다.

전주원의 올해 연봉은 9000만원. 삼성동에서 회전식 초밥집을 운영하는 정씨도 비슷하게 번다. "재테크는 전부 남편 몫이에요. 주식투자를 어찌나 야무지게 하는데요. 그래도 항상 투자할 때 저한테 먼저 '보고'하는 착한 남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