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올라가 봐도 돼요?"
22일 인천시 중구 도원동 '70계단 쉼터'. 우연히 이곳을 지나가던 김미옥(여·57)씨가 주위 사람들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무 새 것이라 개인 소유인 줄 알았다"는 김씨는 한걸음 한걸음 계단을 오르며 환하게 웃었다.
볼 품없던 계단이 20년만에 환경 친화적인 쉼터로 변신,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달 27일 준공돼 주민에게 개방된 70계단 쉼터는 1년전만 해도 매력없는 시멘트 계단에 불과했다. 도원동 주민자치센터 옆에 있는 이 계단은 1985년 만들어졌다. 계단이 생기기 전엔 야산이 깎인 언덕으로 아카시아 나무가 우거진 곳이었다. 이광호(55) 도원동 새마을협의회장은 "비가 오면 토사가 많이 내려와 언덕 아래 주민들이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면서 "언덕을 깎아 광성중·고교까지 길을 내려 했는데 경사가 너무 급해 계단으로 바뀌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여년이 지나 70계단 꼭대기의 판자촌도 사라지고 계단 입구의 한옥집도 양옥으로 바뀌었지만 색이 바랜 계단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너무 오래된 계단의 모습이 동네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것 같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래된 계단을 정비해 마을의 미관을 개선하기로 한 중구청은 지난해 초 이곳을 다목적 쉼터로 조성할 계획을 세웠다.
시비 20억원과 구비 7억원을 들여 지난해 10월 공사에 들어갔다. 마침내 9개월여만에 500여 평 크기의 휴식공간이 만들어졌다. 시멘트 계단은 깔끔한 화강석 계단으로 바뀌었다.
계단 중간에는 계단을 오르다가 쉴 수 있도록 의자와 대나무 그늘 등을 마련해 놓았다. 쉼터 곳곳에는 소나무, 자작나무 등 다양한 종류의 나무를 심었고 분수시설도 갖췄다. 70계단 꼭대기엔 폭포가 그려진 벽이 마치 진짜 폭포처럼 주민들을 맞고 있다.
주민들의 호응은 뜨거웠다. 황량한 계단이 아름다운 조경이 갖춰진 쉼터로 변하자 가족 단위의 주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된 것. 2살, 4살짜리 자녀들을 데리고 이곳을 찾은 김은아(여·30)씨는 "나무도 있고 시원해서 아이들과 자주 나온다"면서 "며칠 전까지만해도 저녁에는 더위를 피하려는 주민들로 가득 찰 정도"라고 말했다.
친구들과 함께 계단을 오르며 뛰놀던 이준학(12)군은 "방학 이후 거의 매일 이곳에 와서 논다"면서 "여기 앉아 매미 소리를 들으며 하늘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반응이 좋자 중구청은 70계단 입구에 신개념 놀이터를 구상하고 공사에 들어갔다. 판타지 소설에서 나올 법한 커다란 나무 모형의 놀이 공간 등으로 테마파크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것. 오는 9월말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어린이들을 위한 신개념 놀이터가 완성되면 어르신들의 휴식공간인 70계단 쉼터와 어우러져 훌륭한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