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안중근 의사 서거 95주년이다. 도마 안응칠 장군(안중근 의사의 세례명은 도마이며 본명은 안응칠이다)은 대한의군 참모중장으로 이토 히로부미를 포살코자 3년 전부터 계획했으며, 개인적 원한이 아니라 대한독립과 동양평화를 위한 독립전쟁의 일환으로 이토를 처단했다. 그러므로 테러리스트가 아닌 전쟁포로로 취급되어 만국공법으로 처리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제는 뤼순 감옥소에서 일본법에 의해 처리, 1910년에 교수형에 처하고 소나무 침관에다 넣어 이름도 적지 않고 감옥소 뒤편의 공동묘지에 수직 암매장했다.
최근 유서 깊은 역사의 도시,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에서 광복 60주년과 안중근 의사 서거 95주년을 기념하는 다국어 정보처리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하고 돌아왔다. 이 대회는 1994년부터 시작하여 지난 11년 동안 북측 학자들과 중국의 조선족 학자들에 의해 면면히 이어져 왔다. 학술대회를 마치고,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하얼빈 역두에서 남측, 북측, 중국 3개국 대표단과 함께 간단한 기념식을 갖고 야간열차로 다롄으로 갔다.
안 의사가 수감되었던 뤼순 감옥을 돌아보고 안 의사가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공동묘지도 둘러보았다. 이름도 없는 묘와 묻힌 장소도 표시되어 있지 않은 1000여구의 유해 중에서 어느 것이 안 의사의 유해인지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지난달 김정일 위원장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남북 공동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에 합의했다지만, 광복 후 60여년 동안 방치된 안 의사의 유해를 발굴하기 위해선 중국의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해 보였다.
이에 필자는 뤼순 감옥소 뒤편 공동묘지 부지를 '동양평화 공원'으로 조성하도록 관련 3개국이 외교적으로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 이는 안 의사 생전 소원이었던 '대한독립과 동양평화'의 유지와도 맥을 같이 한다.
중국 건국의 아버지 쑨원은 '안중근으로부터 조선반도와 중화를 통틀어 진정한 항일운동이 시작되었다'고 했다. 저우언라이 등 중국 정치가와 지식인들 사이에는 안 의사가 항일운동의 큰 인물로 각인되어 있으며, 일반 시민들도 안 의사의 숭고한 정신에 매료되어 있다.
따라서 평화공원으로 조성한 후 유해발굴에 착수하는 수순을 밟아 나간다면, 하나하나의 유해가 발굴될 때마다 유전자 감식을 통해 일제에 의해 살해당했던 중국과 러시아, 한반도의 독립투사의 원혼을 확인해 간다면, 역사왜곡을 일삼는 일본의 잔학한 과거 흔적이 백일하에 드러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이 진심으로 평화를 원한다면 회개하는 마음으로 '동양평화공원' 유해발굴에 협조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일본을 제외한 한국 북한 중국 3국에 의해 1000구의 유해가 하나씩 발굴될 때마다, 일본은 세계인으로부터의 비난을 고스란히 받아내야 할 것이다.
(신승일 ·한글인터넷주소추진 총연합회 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