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새 비서실장에 이병완 홍보문화특보를 내정했다. 이 내정자는 이미 이 정권 청와대에서 기획조정비서관과 정무기획비서관 홍보수석을 거쳤다. 그에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의 기획조정분과 간사를 했고 대선 때는 노무현 후보 선대위에서 수도이전 공약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고 한다. 요즘 청와대의 인사패턴으로 굳어진 '이 자리에서 저 자리로' '저 자리에서 이 자리로' 하는 인사의 전형인 셈이다. 대통령은 지금 任期임기 중 900일을 보내고 나머지 900일을 남겨 놓고 있다. 말이 900일 남았다는 것이지 제대로 일할 기간은 아마 1년 남짓일 것이다. 내년 5월엔 지방선거가, 내후년부터는 곧바로 대선 레이스가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900일간 대통령의 국정운영 결과는 스스로 밝힌 대로 "국민과 동떨어져 있다고 느끼는" 처지가 된 것이다. 국민들은 이런 대통령이 앞으로 남은 기간도 지금처럼 갈 것인지 아니면 國政국정의 초점과 방향을 전환할 것인지 궁금해 했다. 국민이 이번 비서실장 人選인선 결과를 지켜본 것도 그런 뜻에서다. 그러나 대통령의 선택은 남은 기간도 지금처럼 가겠다는 쪽인 듯하다.

현재 대통령의 지지율은 20%대이다. 지난 2년 반 국민을 '서울사람 지방사람' '강남사람 강북사람' '좋은 대학 나온 사람 보통 대학 나온 사람' '미국 좋아하는 사람 아닌 사람' '잘 사는 사람 못 사는 사람'으로 계속 나누고 가른 결과다. 거기다 국가의 모든 인사 기준을 '코드 一致일치 여부'로 정하고 2년 반 동안 줄기차게 밀고 나가고도 결과가 이렇지 않았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나를 지지했느냐 아니냐를 떠나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던 노무현 당선자의 당선 소감을 기억하는 국민도 없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대통령이 이런 길을 가고 있는데도 2년 반 동안 '그게 아니다'라고 나서는 청와대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는 점이다. 청와대엔 대통령 생각에 자기 생각을 끼워 맞추거나 틀린 길을 가는 줄 알면서도 아예 입을 닫는 사람들만 있었다는 이야기나 한가지다. 그러나 대통령 곁에는 대통령도 함부로 대하기 어려운 사람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법이다. 그 사람이 바른 말을 할 거라는 기대도 기대지만 그런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통령은 자신의 말과 행동을 다스리고 조심하게 되는 것이다. 그 역할을 누군가 맡아야 한다면 그건 비서실장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에도 대통령은 '어려운 사람' 대신에 '쉬운 사람'을 곁으로 불렀다. 남은 임기 동안 그것도 오르막길도 아닌 내리막길을 브레이크도 없이 굴러 내려가겠다는 생각인 듯해 지켜보는 국민 마음이 아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