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떨이가 날아오더라구요. 한 해운회사의 영업사원 때였습니다.” 소설가 박민규(朴玟奎·37)씨는 그만큼 ‘모난 돌’이었다. 그러나 망설이지 않는다. 좋은 것은 좋고, 싫은 것은 싫다. 요즘 문단에서, 그리고 일반독자들도 셋만 모이면 그를 얘기한다. 지난 2003년 문학동네작가상과 한겨레문학상을 한꺼번에 받아 문단의 총아가 됐고, 최근에는 첫 작품집 ‘카스테라’를 냈으며, 신동엽창작상을 받았다. 활달한 화술과 재미, 대중문화 아이콘을 공기 돌 다루듯 하는 솜씨, 그 ‘새롭고 낯선 유희적 어법’으로 문단을 뒤집어 놓았다. 로커들이 움츠릴 정도의 과감한 패션도 화제에 오른다. 궤도를 일탈한 그는 불과 3년도 안돼 열혈 팬들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녹색 젤리 시계를 차고 다닌다. 황신혜 밴드에 속한 선배가 등단 선물로 사준 시계다. 단추를 누르면 “얘들아, 이야기 시간이 돌아왔다”는 디지털 영어가 쏟아져 나오는 요술 시계다.

박민규 소설

―히피가 되는 게 꿈이었다고요?

"네. 어릴 때 좋아했어요. 인류 문명이 제일 꽃 피웠을 때가 그때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실제 히피들이 입었던 옷을 외국 경매에서 구매했는데, 3벌 중 2벌이 메이드 인 코리아였습니다. 많이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다 반전(反戰) 운동 자체의 부패와 폭력도 알게 되고…"

―학교 다닐 때 15등급 꼴찌를 했다던데, 왜요?

"그냥 교육이 싫었어요. 선생들도 마음에 안 들고. 나는 학교가 굉장히 싫었어요. 다 같이 비슷하게 만들려고 드니까요."

박민규씨는 경매 사이트를 뒤져 구입한 히피들의 안경을 쓰고 다닌다. “이게 튄다고요? 전 그렇게 생각 안 해요.” <a href=mailto:mwlee@chosun.com><font color=#000000>/ 이명원기자</font><

―검은 장발, 히피 안경 같은 몸치장으로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지요. 그러나 작가가 문학 외적인 요소로 손님을 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왜 튀는 옷차림을 합니까?

"그것을 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직 계시다는 게 놀라운데요. 저는 제가 튄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어요. 제게 직접 그런 얘기를 한 사람도 없구요. 뒤에서 수군대겠죠. 옷차림은 헤어스타일을 따라다녀요. 머리 기르고 양복 입으면 이상하거든요."

―문단 친구들과 거의 어울리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시간 때문이에요. 부족한 편이라서. 그들 일은 제가 상관할 바 아니구요. 저는 맨날 자꾸 쓰고 싶은 게 생기고, 시간은 자꾸 지나가고."

―핸드폰은 왜 내버렸습니까.

"귀찮은 전화가 많이 와서요."

―어떤?

"이를테면 15년·20년 만에 전화번호 알아가지고 대뜸 만나자고 할 때 안 만난다고 하면, 잘 되더니 인간 변했다고 하고."

―이외수·박상륭 두 선배 소설가를 존경한다고 했는데요.

"저는 순수문학과 대중적인 문학, 두 가지를 다 해보고 싶어요. 불교도 '소승'이 있고 '대승'이 있듯이요. 고교 때 이외수 선생의 '훈장'이란 작품을 읽고, 정말 예술을 하고 살아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중대 문창과 3학년 때 박상륭 선생의 '뙤약볕'을 읽고 이런 분이 계시는데 내가 글을 써서 뭐하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다른 선배 작가들에 대해서는 존경할 만한 요소가 없습니까.

"그런데 뭐 존경한다고 해서 글이 써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문학지 '대산문화' 여름호에 '조까라, 마이싱이다!'라는 도발적인 글을 게재했더군요. "한국 문단의 근친상간 풍조가 다양한 소설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요. 무슨 뜻이에요?

"뭐랄까요. 모두 비슷비슷하고, 다르면 인정하지 않고, 그런 면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합니다. 교육 자체가 인간들을 그런 식으로 길러내니까요. 그런데 예전에는 '바꿔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아니에요."

―드디어 체제에 편입했군요.

"체제 편입이라기 보다 세계관이랄까, 그런 건데요. 한 세대가 어떤 생각을 갖고 살면, 결국 그것을 안고 죽는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살아오면서 생긴 신념을 절대 버리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문학이라는 이름만으로 대접 받던 시대는 이제 갔다. 세계화와 자본주의화의 홍수 앞에서 소설가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오로지 좋은 소설을 쓰는 길밖에 없다'고도 썼습니다. 좋은 소설이란 뭡니까?

"정답은 저도 모릅니다. 다만 한국문학은 세계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도서 시장에서 인디(independent)요, 언더그라운드에요. 그런데 내부에서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권위주의적이에요. 어쩔 수 없는 과정이죠. 그래도 잘 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게임' 같은 디지털미디어 쪽으로 방향 전환을 하는 문인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본인은 어떻게 보세요?

"저는 찬성 안 합니다. 원시인들이 숫자와 글자 중 먼저 만들어 낸 개념이 숫자라고 생각해요. 숫자를 가지고 소통을 하다가, 표현이 안 되는 것이 있어서 만들어낸 것이 문자지요. 그런데 발달 속도가 역전돼서 문학이 과학을 앞질렀습니다. 이제 철학과 문학이 정점에 다다랐는데 과학이 따라오고 있는 것이지요. 좋은 현상입니다. 과학이 발달해서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디지털이 발달하면 할수록 문학은 더욱더 '문학적'이 될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감각적인 행갈이, 그리고 서사의 핵심을 향해 직방으로 달려가는 문장이 독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별한 문체 훈련을 합니까?

"놀라운 것은, 저는 산문에서 행을 붙여야 한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많은 분들이 현행 문법에 어긋난다고 지적했지만, 저는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문법도 법입니다. 법을 다 지키면 바보 소리 듣습니다. 저는 법 지키려고 소설가 된 게 아닙니다. 앞으로도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불법을 많이 자행할 것입니다."

―재미, 교훈, 감동, 정보 가운데 어떤 과녁을 향해 화살을 날릴 겁니까.

"저는 감동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번째는 뭐든 좋구요."

―소설가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습니까.

"그런 것 없습니다. 소설가는 종교 지도자가 아닙니다."

―그냥 일반 사회인으로서 무슨 세대에 속한다고 생각합니까. 그리고 소설가로는요.

"저는 스스로 10대라고 생각합니다. 충동적인 면이 많고요.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유지하고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소설가로는 어떤 세대인지 모르겠어요."

―'무(無)규칙 이종(異種)소설가'라는 세평(世評)이 맘에 듭니까.

"그것은 내가 주간지에 연재할 때 그렇게 썼던 겁니다. 별다른 뜻은 없고, 그냥 재미로 썼던 겁니다."

―스스로는 다른 소설가와 무엇이 다르다고 생각하나요.

"다른 분이 어떤지를 제가 몰라가지고요. 모르겠어요. 저는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어요. 저는 그냥 계속 쓸 겁니다. 누가 와서 내 컴퓨터를 빼앗아가지만 않으면 다 오케이입니다. 누가 뭐라든!"

박민규는

문학계간지 문학동네 2005년 봄호에 박민규씨는 자전소설 '축구도 잘해요'를 썼다. 2003년 장편 '지구영웅전설'로 문학동네작가상,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았다. 2005년 첫 작품집 '카스테라'(문학동네)를 냈으며, 이 책으로 최근 신동엽창작상을 받았다. "반 평균을 떨어뜨리는 15등급생으로" 고교를 다녔고, 중앙대 문창과를 "커닝해서" 들어갔다.

등단하기 전에 해운회사의 영업사원, 뉴 트렌드의 한 문학월간지 프리랜서 등을 했다. 지금은 홀어머니, 아내, 아들과 함께 경기도 용인에 살며 오로지 소설만 쓰는 전업작가다. 1968년, 울산 출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