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주최한 국정원 개편 토론회엔 전직 국정원 국장이 참석했다. 68년부터 99년까지 국정원 해외파트를 담당했던 연세대 정영철 교수는 "정치인들이 국정원을 너무 모른 채 개편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역대 정권이 모두 개혁을 얘기했지만, 아마추어적 개혁으로 국정원이 만신창이가 됐다"고 했다. 정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은 국정원의 국내 보고를 아예 받지 않는다고 하는데, 국가통수권자는 정보기관의 보좌를 받을 권리와 의무가 있으며 개인적 편견이나 오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정보기관의 보좌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과거 폐해에 대한 공포로 정보기관의 기본능력을 상실케 해 골다공증환자로 만들어가고 있다"고도 했다.

정 교수는 "국정원 개편은 정치쟁점으로 다뤄지면 안 된다"며 "국정원이 정쟁의 대상이 되면 당장 외국 정보기관과 협조가 안 되고 만나주질 않아 국제적으로 고립된다"고 했다.

그는 김영삼 정부 때 정치권에서 '안기부는 산업·경제정보에 집중하라'고 강조한 것을 예로 들면서, "이 때문에 미국 의회에서 문제가 됐고, 당시 미국 CIA 책임자가 내게 '도대체 한국 정부가 왜 이러냐'고 말했었다"며 "그 뒤 한국이 FBI의 경계대상국이 됐다"고 했다. 정 교수는 "이 일로 로버트 김 사건이 유발됐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산업정보 수집은 늘 해오던 기본 업무였는데, '산업정보를 캐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하면 어떤 우방국이 긴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 교수는 국정원의 국내·해외 기능의 분리를 반대하면서 "해외에서 첫 망을 만들 때 가장 먼저 들여다보던 곳이 정치였다"며 외국 정보기관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따라서 균형된 정보 판단을 위해 사찰이 아닌 정치 모니터링은 필수적"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대공(對共)수사를 '이념전쟁'에 비유하면서, "비밀유지를 위해 검찰·경찰 같은 공개조직이 대공수사에 손대면 남북관계에 오히려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남북관계를 위해서라도 국정원이 해야 한다"했다.

그는 국정원 인사(人事)와 관련, "문민정부 이후 보직의 수(數)뿐 아니라 질(質)까지 출신지역에 따라 균형 분배하라는 것은 코미디였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인사의 독립성을 강조하면서" 과거에 '정치적 이유로 사람을 해고하면 국가자산이 다 날라간다'고 간부에게 항의했더니 '잘라 내려면 어쩔 수 없다'는 답변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노 의원 등은 국정원의 국·내외 기능 분리에서 국정원 해체까지 다양한 개편 방안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