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위원회에서는 안기부 불법도청 사건과 관련, 한국전자통신연구소 산하의 국가보안기술연구소(국보연)가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여야 의원들은 국보연의 실체에 대해 잇따라 의문을 제기했다.

열린우리당 서혜숙 의원은 이날 자료를 통해 "국보연이 국정원의 감청 관련 장비 개발 의혹의 진원지로 의심받고 있다"며 "국보연은 국가핵심보안 및 암호기술 개발을 담당하며, 국정원이 실질적으로 업무를 총괄한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정부 자료를 근거로 2000년부터 올해까지 국보연의 총 예산이 320억원대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나라당 서상기 의원도 96년 정통부가 통신보안장비 개발을 의뢰한 곳이 국보연의 전신인 '부호기술연구부'라며 이 기관의 역할에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국보연의 실체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조직, 예산, 업무 등 모든 것이 대외비로 분류돼 있다. 거의 정보기관 수준의 보안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공식 설립 목적은 국가보안기술체계 기반 연구, 정보보호시스템 개발, 세계정보보호기술 개발이다. 실제 국보연은 주로 국가기관의 용역을 받아 국가 암호 체계 구축 작업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예를 들어 군이나 정보기관에서 사용하는 암호 체계, 비화 장비를 만든다는 것이다.

국보연은 지난 81년 국방과학연구소 안에 생긴 이른바 '샛별팀'으로 출발, 이후 전자통신연구원(ETRI) 산하로 들어가 부호기술연구부로 불리다가 2000년에 지금의 이름을 얻었다.

지금도 대외적으로는 ETRI 소속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별개 조직이다. 같은 울타리에서 일하는 ETRI 연구원들조차 국보연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른다. 보안업계 관련 종사자들은 "국정원 예산을 쓰는 국정원 산하기관으로 안다"고 말한다. 그러나 국보연측은 "과학기술부 산하기관"이라고 밝히고 있다.

국보연 출신의 연구원들이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이나 보안업체에서 일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S업체 같은 경우는 사장이 국보연 출신이다. 그러나 그들은 과거 자신이 했던 일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