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실한 크리스천들도 성경 말씀을 상징적이고 피상적으로 받아들이곤 합니다. 저는 크게 드러나지 않아도 신앙적으로 열심히 살았던 분들의 삶을 크리스천들과 함께 구체적으로 나누고 싶었습니다. 최춘선 할아버지를 만난 것이 가장 큰 계기가 됐습니다."

지난해 말 '팔복(八福)-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규장)라는 다큐멘터리 책·비디오로 국내 크리스천들 사이에 신드롬을 일으켰던 프리랜서 PD 김우현(42) 감독이 시리즈 2편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규장)를 책·비디오로 펴냈다.

광화문 거리에 카메라를 들고 나선 김우현 감독. 그는“팔복(八福) 작업을 할수록‘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는 성경 말씀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고 말했다.최순호기자choish@chosun.com

'팔복(八福)'이란 마태복음에 나오는 '복이 있는 사람'의 여덟 가지 유형. 즉, '심령이 가난한 자' '애통하는 자' '온유한 자'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 '긍휼히 여기는 자' '마음이 청결한 자' '화평하게 하는 자'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자' 등이다. 김 감독은 지금까지 첫째와 둘째 '복'을 다룬 것.

김 감독은 KBS '현장르포 제3지대' '인간극장' 등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따뜻한 시선의 다큐멘터리로 담아온 작가다. 지난 2002년엔 '친구와 하모니카'란 작품으로 한국방송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가 '팔복'을 제작하게 된 것은 지난 95년 지하철에서 최춘선 할아버지를 만나면서부터다. "남북통일이 되기 전엔 절대 신발 안 신는다"며 30여년 간 늘 맨발로 지하철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미스코리아 유관순! 와이 투 코리아(Why Two Korea)" "미스터코리아 안중근" "우리 하나님은 자비로우십니다"라고 외친 최춘선 할아버지. 그는 일견 광신자처럼 보였지만 6년간 꾸준히 만나면서 알게 된 그의 삶은 일본 유학생 출신의 애국지사로 자신의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교회를 개척하는 등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2001년 타계한 최 할아버지는 대전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김 감독은 최 할아버지의 마지막 6년간 이야기를 '팔복'의 첫 번째 작품으로 만들면서 나머지 일곱 가지 '복'도 다루기로 마음 먹었다. 김 감독은 "폴란드 감독 키에슬롭스키가 '십계'를 극영화로 만들었다면, 저는 신약의 정수라 할 '팔복'을 구체적 인물들의 삶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가난한 자…'에 대한 크리스천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다큐 동영상은 인터넷(www. godpeople.com)에서 지난해 12월 14일 이후 무려 159만5000여명이 관람했고 댓글 3150여건이 붙었다. 책이 8만여권이 팔렸고 김 감독이 교회와 기독교 단체에서 간증·강연한 것도 70여 회에 이른다.

이번에 나온 2편 '애통…'은 '영화가 곧 선교'라는 생각으로 작품제작을 하다 집에서 실족사한 여성 영화감독 조은령씨, 이라크에서 피살 당한 김선일씨, 미국대학진학을 앞두고 태국에서 선교봉사활동을 하다 심장마비로 사망한 김상렬군, 카자흐스탄에서 선교활동 중 집에 침입한 강도에 의해 피살된 김진희 선교사와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평화와 통일, 선교에 헌신하다 뜻을 이루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이들에 관한 기록이다. 김 감독은 "어쩌면 너무나 조국과 인류를 사랑했기에 아파(愛痛)했던 그들의 삶에서 성경 말씀의 '애통(哀痛)'의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며 "그들 주변 인물들과 큰 슬픔을 함께 나누면서 저 역시 위로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팔복을 다루면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정말 우연처럼 주제에 맞는 분들을 차례로 만날 수 있었다"며 "그런 점에서 '팔복'은 하나님이 캐스팅하고 연출하시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