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보〉(1~11)=세계 바둑 무림(武林)에는 영웅 호걸들이 즐비한 것 같지만, 국제 대회 본선 무대를 넘나드는 기사는 30~40명 안팎에 불과하다. 그런 의미에서 용약 이번 대회의 새로운 스타로 떠오른 박정상(21)의 존재는 신선하기 그지없다. 첫 판서 전년도 준우승자 위빈(兪斌)을 일축하고 올라와 8강에 도전한 한 판. 중국의 중견기사 뤄시허가 그 상대역을 맡았다.
백이 양(兩) 화점을 차지하고 흑이 5, 7의 '중국식'을 펼치는 포진은 몇 년 째 가장 인기 있는 '메뉴'. 8의 갈라침 또한 절대의 한 수여서 너무도 낯익은 초반 포석이 펼쳐지고 있다. 다만 9부터는 몇 갈래 길로 갈라진다. 참고도 1에 붙여 5까지 '양 쪽을 다 두는' 수법도 그 중의 하나. 9로 바짝 다가섰다. 10을 기다려 11로 압박, 전단을 모색해 가겠다는 뜻이다.
빠르게 진행되던 바둑이 여기서 일단 멈춘다. 변화는 어렵지 않다. 흑의 주문에 응했을 경우의 전체 골격과 향후 전략을 검토하는 시간이다. 박정상의 신중함은 동료들 사이에서도 정평이 있다. 뤄시허가 벌써부터 지루한 듯 다리를 떨더니 벌떡 일어나 차(茶) 한 잔을 들고 자리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