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호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최근 노사관계는 많이 안정돼 가고 있다. LG정유와 철도파업 이후 정부의 대응이 보다 법과 원칙에 기초를 두고 있고 국민여론도 투쟁적 노조활동에 대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요국들이 노사대립의 폐해를 절감하고 노사협력으로 전환하는 이때 이번 아시아나항공의 파업에서 드러나듯 우리만 유독 아직 투쟁적 노사관계를 완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안타까워 하며 노사문제를 보는 시각의 일대 전환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노사문제 해결의 원칙을 근로자의 시각에서 기업의 시각으로 바꾸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노조는 약자'라는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기업의 경쟁력이다. 세계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는데 노조가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면 우리의 경쟁력은 어떻게 되겠는가. 예를 들어 우리나라 노조 전임자의 수는 OECD국가들의 평균보다 10배 이상 많고, 정리해고도 도산 직전까지 가지 않으면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기업경쟁력의 관점에서 파업권보다 경영권을 더 중요시해야 한다. 경영권을 침해하는 과도한 요구는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 전환배치나 이번 아시아나 파업에서의 운항자격심의위원회 의결권 문제가 여기에 속하는 것이다. 게다가 너무 쉽게 파업한다는 국내 외국계 기업들의 비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노사갈등이 파업까지 가지 않도록 독일·스웨덴·미국·영국과 같이 조합원 75% 이상의 찬성, 조합원 찬·반 우편투표 실시, 보다 유연한 정리해고 제도의 도입, 산업평화협약 체결 등을 도입해야 한다. 직권중재제도, 긴급조정제도의 적용 범위를 넓히고 중앙노동위의 조정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둘째, 노조운동의 방향을 임금·복지 투쟁에서 산업구조 고도화에 기여하는 쪽으로 바꾸어야 한다. 노조는 산업구조 고도화에 필요한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나 근로자의 교육 및 훈련에 저항하는 경향이 있다. 현대자동차가 도요타를 능가하려면 현대차의 근로자가 도요타 근로자보다 더 능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로 가기 위해서는 근로자들의 자질이 2만달러 수준이 되어야 한다. 아울러 임금과 복지는 투쟁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 제고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아시아나의 조종사들도 외국경쟁사를 능가하기 위해서는 투쟁이나 파업보다는 부단한 자기개발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셋째, 근로자를 동반자로 생각하는 기업 경영상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동반자가 된다는 것은 경영자가 근로자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다. 그래야 근로자들이 회사에서 자신의 미래를 발견하고 일생을 걸고 일하려는 의지를 갖게 될 것이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일감을 준 선주(船主) 회사에 최고의 품질로 보답하겠다는 서신을 보내고 일감 확보를 노조정책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여기고 있는 것은 동반자 관계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이와 함께 미국에서 1900년대 중반 노·사 투쟁 시대에 생성된 산별노조는 지양되어야 한다. 노사문제는 기업별로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기업노조 단위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경쟁력 제고를 위한 협력적 노사관계'다. 근로자들이 관리자로 바뀌는 상황에서 노와 사는 모두 종업원이고 상하간 직책만 다를 뿐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세계경쟁 속에서 대립과 투쟁으로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 앞으로 노사는 경쟁력 제고를 위해 동반자적 시각을 갖고 대화하고 협력함으로써 세계 최고의 기업을 한번 만들어 보자는 각오로 임해야 할 것이다.

(노부호·서강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