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신세대 민족주의 조사 결과, 민족주의 면에서 과거와는 다른 세대의 등장을 보여주고 있다.

◆저항적 민족주의 퇴조

한국의 저항적 민족주의는 그동안 무엇보다 일본에 대한 적대적 태도에서 잘 나타나곤 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이민이나 취업으로 외국에 나가 살게 된다면 일본으로 가겠다는 응답이 호주,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미국과 일본이 축구 시합을 한다면 일본을 응원하겠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식민지 시대의 어두운 기억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이 중요한 원인이겠지만, 동시에 이들이 문화를 중시하는 세대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한류 등 양국 간 문화 교류로 인한 효과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심층 인터뷰에서도 일본에 대한 평가는 기존의 부정적인 이미지에 '첨단, 친숙, 호감'의 이미지가 겹쳐져 나타났다. 일본에 대한 저항을 통해 우리의 정체성을 강조해 왔던 과거의 민족주의와는 다른 특성이다.

조선일보와 공동으로‘신세대 민족주의 연구팀’을 이끈 4명의 40대 학자들. 왼쪽부터 임성학 서울시립대 교수, 곽진영 건국대 교수, 강원택 숭실대 교수(팀장), 배영 숭실대 교수. 정양균기자 ykjung@chosun.com

◆심각한 상대 아닌 북한

한국의 민족주의를 규정하는 또 다른 이슈인 통일·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신세대의 태도는 많이 다르다. 이번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62.9%가 북한을 '좋아한다'고 했고, 미국과 북한이 전쟁을 한다면 북한을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이 65.9%나 되었다. 기성세대의 시각에서 본다면 가히 충격적인 결과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이들이 '친북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들 신세대는 북한을 더 이상 적이나 체제 경쟁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조사에서 북한을 '적대적 대상', '경계대상', '경쟁대상'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은 19.3%에 그쳤고 대다수는 협력하거나 도와줄 대상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좋다는 것이 북한에서 살고 싶다거나 북한 체제가 더 우월하기 때문이 아니라,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기 때문에 우리가 돕는 것이 좋겠다는 정도다.

오히려 북한에 대한 심정적 거리는 기성세대보다 더 멀어졌다고 할 수도 있다. 기성세대가 북한을 '적'이면서도 동시에 '우리'의 일부로 인식하고 통일을 염원한다면, 이들 신세대는 북한을 '적'은 아니지만 동시에 '우리'도 아닌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통일보다 분단된 현재 상태에 만족하는 응답자의 비율이 20.8%에 달한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다른 조사 결과와 비교할 때 상당히 높은 수치다. 감성적 민족주의와 실리적인 태도라는 이중적 입장이 북한과 통일에 대한 인식에서 발견되고 있다.

◆신 국가주의

이들 신세대는 개인적이고 문화적인 면에서는 매우 개방적이다. 외국인과의 결혼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매우 낮았고, 영어 공용화에 대해서도 비교적 긍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우리 기업이 외국자본에 의해 인수되는 일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매우 높았다. 반면 국내 기업이 외국 기업을 인수하는 데 대해서는 찬성 의견이 많았다. 이러한 태도는 외환위기를 겪은 경험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문화적이고 개인적 수준에서의 개방적인 태도가 국가경제, 그리고 집단적 수준에서의 개방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신세대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민족주의는 긍정적이고 문화적이며 실리적이다. 민족주의라는 관점에서 볼 때 기성세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인간형'의 출현으로 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또, 이들의 국가적 자부심은 우리나라의 현실적 위치보다 더 높았다. 신세대에게서 '민족주의'라기보다는 '국가주의'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 요소들이 발견된 것도 이번 조사의 한 특징이다.

(강원택(康元澤) 숭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