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 중인 스님도 냄새를 맡으면 참지 못하고 담을 넘는다는 ‘불도장(佛跳墻)’, 오색 찬란한 나비가 모란꽃을 희롱하는 모양으로 요리를 꾸민 ‘채접희목단’….

온갖 진귀한 재료를 사용해서 수십가지 조리법으로 만든 196가지 정식 요리가 차려지고, 여기에다 다시 124가지의 간식과 차가 올라온다. 중국 청나라 황실의 큰 행사 때 만주족과 한족의 갖은 명품 요리를 집대성해서 차렸다는 '만한전석(滿漢全席)' 요리이다.

이를 지난 12일 중국 선양(瀋陽)의 한 호텔이 그대로 재현해 전시했다. 이 만한전석을 위해 중국의 1급 요리사 30명과 요리 전시요원 80여명, 요리 보조원 20여명이 동원됐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만한전석 한 상을 차리는 데는 20여만위안(약 2500여만원)이 들었다고 한다. 이 요리는 선양 국제음식축제 행사의 전시용으로 차린 것이다. 먹지 못하는 '그림의 떡'이었다. 중국 언론은 "중국 요리문화를 과시한다는 명분 때문에 농민 30명의 1년치 수입을 모두 합친 금액의 음식이 단지 3일간 전시되고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고 비판했다.

지난 3일 하얼빈(哈爾濱) 맥주 축제에서는 축제 분위기를 돋운다는 명목으로 90t 분량의 맥주 분수를 준비했다. 그러나 10t 분량의 맥주를 분수용 연못에 부어놓고는 여론의 집중적인 비난 때문에 더 이상 진행하지 못했다. 90t 맥주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곡물로 3인 가족이 32년을 먹을 수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자원 다소비형 산업구조를 가진 중국에서 요즘 '절약'이 국가적인 화두다. 과시용 사치행사가 잇따라 여론의 철퇴를 맞는 것은 새로운 변화의 단초라 할 수 있다.


(베이징=조중식특파원 jscho@chosun.com)